지난 시간 DT 사이클을 구성하는 핵심기술 중 클라우드 핵심기술인 가상화와 분산처리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오늘은 클라우드의 서비스 제공 방식과 다양한 유형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지난 글(DT의 핵심기술 클라우드)에서 아마존이 운영하는 AWS 서버에 대해 잠시 이야기했습니다. 클라우드가 만들어낸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죠. 클라우드 기술이 나오기 전까지는 어떤 회사가 정보 시스템을 새롭게 도입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회사는 의미였습니다. 특히 전사적 자원관리(ERP, Enterprise Resources Planning) 시스템 같은 대규모 정보 시스템을 구축하면 주가가 오르기도 했죠. 그만큼 정보시스템을 구성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가격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서버와 스토리지 같은 하드웨어와 오라클 DB, SAP 등의 비싼 소프트웨어는 회사의 자산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앞서 살펴본 가상화와 분산 처리 기술을 활용하여 빌려 쓸 수 있게 된 겁니다. 아마존 같은 기업은 AWS라는 전문 서비스를 팔기 시작했죠. 그러자 지금까지 언감생심 시스템 도입을 엄두도 못 내던 작은 기업에서도 정보 시스템 도입을 전향적으로 고려하기 시작하죠. 거기다가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던 스타트업은 처음부터 클라우드 서비스를 거부감 없이 도입합니다. 쿠팡과 배달의 민족이 대표적인 예가 되겠죠. 지금의 기업 환경도 이런 분위기에 기름을 붓습니다. 요즘 사업을 시작하면 어떤 업종이라도 최소한 모바일 앱은 만들고 시작을 하잖아요. 과거 사업의 기본 요소가 토지, 자본, 노동이었다면 지금은 비즈니스 모델과 시스템만 있으면 혼자서라도 시작할 수 있죠. 거기다가 정보 시스템은 전문 회사에서 빌릴 수도 있으니 과거에 비해 사업을 시작하기 엄청 쉬워진 거죠.
여기서 근본적인 문제가 하나 발생합니다. ‘대체 어디까지 빌려야 할까?’의 문제죠. 내가 쓰고 싶은 기능이 전부 들어가 있고, 가격까지 내 마음에 쏙 드는 서비스를 살 수 있다면 전혀 문제가 없겠죠. 그런데 그게 그렇지가 않죠. 만약 그런 것이 있다고 해도 또 문제는 있습니다. 나와 비슷한 사업을 하는 경쟁자들도 동일한 시스템을 사용할 것이기 때문이죠. 그러면 차별화를 통한 경쟁력을 가지기 어려울 겁니다.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 서비스를 생각해 보시면 됩니다.(주, 2020년 6월, 배달의 민족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아한형제들을 요기요 서비스를 제공하는 독일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가 합병할 것을 발표함) 사실 두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에 근본적인 차이는 없습니다. 단지 앱이 다를 뿐이고, 이를 뒷받침하는 시스템이 달랐을 뿐입니다. 그래서 시스템 자원을 어디까지 다른 회사에서 빌리는지에 따라 여러 유형이 만들어집니다.
먼저 자원을 빌리느냐 빌리지 않느냐에 따라 자체 구축(On-Premise, 온 프레미스 방식)과 클라우드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자체 구축은 클라우드가 대중화되기 전에 시스템을 도입하던 전통적인 방법이고 지금도 대규모 기업의 다수 시스템은 이 형태로 구축되어 운영되고 있습니다. 돈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대신에 우리 회사에 딱 맞춘 시스템을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프로젝트가 잘 되었을 경우에 말이죠. 클라우드를 띄우고 있으니 클라우드 편과 비교를 해보겠습니다.
적고 보니 너무 편파적이네요. 이것이 완벽한 진실이면 세상 어디서도 자체 구축은 없겠죠. 클라우드의 단점은 장점처럼 보이는 곳에 숨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표의 세 번째 항목인 가용성에서 클라우드는 서비스 제공 업체가 알아서 해준다고 했는데 알아서 해주지 못할 때 문제가 되는 거죠. 한 마디로 서비스 제공 업체가 보유한 실력에 많은 부분 의존하게 됩니다. 앞서 예로 들었던 AWS 서버 장애가 좋은 사례가 됩니다. 백업 계획이 세워져 있지 않을 경우, 잘못하면 모든 고객 정보나 거래 정보 등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세는 클라우드를 향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수준의 기업조차 최근에 ‘클라우드 퍼스트’라는 슬로건을 걸고 클라우드 전환을 통한 디지털 전환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대신 계약 조건을 꼼꼼히 챙기고 있죠. 거기다가 서비스 제공 업체에서도 운영 노하우가 쌓이면서 이런 리스크가 점차 줄고 있습니다.
이제 클라우드를 서비스 제공 업체로부터 어디까지 빌리느냐에 따라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눠 보겠습니다. 빌리는 정도에 따라 조금 빌리는 것을 IaaS(Infrastructure as a Service), 적당히 빌리는 것을 PaaS(Platform as a Service), 전부 빌리는 것은 SaaS(Software as a Service)라 합니다.
전부 빌리는 것은 명확한데 적당히 빌리는 것과 조금 빌리는 것은 애매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비유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팀장님에서 직원들을 위한 공연을 하나 기획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당장 다음 주부터 공연을 무대에 올려야 합니다. 어떻게 하실 건가요?
힘들긴 하지만 소극장을 하나 빌려서, 무대를 스스로 만들고 공연까지 준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소극장만 빌리는 형태죠. ‘이아스(IaaS)’입니다. 극장 주인에게 내가 원하는 무대까지 요청해서 만들어 달라고 하고 공연만 내가 스스로 준비할 수 있습니다. ‘파스(PaaS)’ 입니다. 마지막으로 공연의 콘셉트만 대행사에 알리고 모든 것을 맡기는 방법이 있습니다. ‘사스(SaaS)’ 입니다.
이 세 가지 모델을 미국표준기술연구소(NIST; National Institute of Standards and Technology)에서 다음과 같이 정의했습니다.
세 가지 모델 중에서 우리 회사 상황에 맞는 모델을 잘 선택해야 합니다. 무조건 자체 개발보다 클라우드가 좋고, 클라우드 중에서도 IaaS보다 SaaS가 우수한 것은 아닙니다. 사실 우리 회사에 딱 맞는 시스템 체계를 가지고 싶다면 SaaS보다는 IaaS가, 클라우드보다는 자체 구축이 훨씬 유리합니다. 우리 회사가 처한 상황과 경영 환경에 맞춰 때로는 하나 이상의 전략을 섞어서 사용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IaaS나 SaaS, 어떤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더라도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문제가 있습니다. 서비스 유형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다른 회사와 시스템 자원을 공유하거나, 서비스 제공사가 우리 일을 대행함으로써 발생하는 보안 문제입니다.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박 사장 집을 떠올려보세요. 사모님이 가장 스트레스 받았던 것이 무엇인가요? 선을 넘지 않을 고용인을 구하는 것이었습니다. 가정교사로 시작해서, 운전기사, 가정부, 정원사까지 다 신경 써서 구하고 그 사람들을 잘 관리해야 했습니다. 그게 잘 안되면 기생충이 들어와 살게 되는 것이죠.
클라우드 환경에서 선을 넘지 않을 훌륭한 고용인을 누군가 선발해 주고 관리해 주면서 내 프라이버시도 완벽하게 지키고 싶다면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방식 중, 프라이빗(Private) 모델을 선택해야 합니다. 이에 반해, 프라이버시와 층간 소음 문제는 좀 포기하더라도 저렴한 관리비에 쾌적한 생활을 원한다면 아파트에 해당하는 퍼블릭(Public) 모델을 선택해야 합니다. 두 가지가 모두 필요하다면 복합형인 하이브리드(Hybrid) 모델을 채택해야 할 겁니다.
그런데 잠시만 고민해 보더라도 서버만 빌려 사용하는 IaaS나 퍼블릭과 프라이빗을 섞어 사용하는 하이브리드방식을 사용하는 이유는 쉽게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왜 얼핏 봐도 비효율적인 모델이 존재하고 선택하는 사례가 있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기업이 처한 상황이 다양하기 때문인데요. 지금 막 사업을 시작하는 스타트업이나 아직 정보 시스템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전인 중소기업의 경우는 고민할 이유가 없습니다. 모두 빌려 쓰는 SaaS 모델을 선택하면 됩니다. SaaS는 특별한 요청이 없는 한 퍼블릭 방식이 될 겁니다. 초기 투자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사업 성장 속도에 따라 유연하게 정보 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늘려가면 됩니다.
반면 이미 많은 투자가 이뤄진 글로벌 기업이나 대기업의 경우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야 합니다. 그 결과로 여러 가지 전략이 섞일 수밖에 없죠. 의사결정에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보안입니다. 아이폰이나 갤럭시의 새로운 모델 디자인이 정식 출시 한 달 전에 인터넷에 유출된다면 어떨까요?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났었고 회사 내에서 꽤 큰 논란이 있었습니다. 이 외에도 민감한 경영 정보가 담긴 데이터를 다른 회사 손을 빌려 관리하는 것도 부담스러운 일이죠. 그래서 클라우드 도입 초창기에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에서는 프라이빗과 IaaS를 선택했습니다. 운영 노하우가 담긴 고도화된 프로세스도 글로벌 기업이 SaaS 모델로 당장 전환하기 힘든 이유입니다. 글로벌 기업은 오랜 기간 정보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정립된 자사에 최적화된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수한 프로세스가 많을 수밖에 없는데, 여러 회사가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표준화된 SaaS 서비스에서 이런 요구 사항을 만족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도 해외 법인의 경우는 본사에 비해 프로세스 복잡도가 낮고 비교적 간단해 적극적으로 클라우드를 활용하는 것이 추세입니다.
정리해보면 적극적으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수용하는 기업에서는 SaaS와 Public 클라우드 조합을 선호하고 있으며, 스타트업을 필두로 중소기업과 대기업 해외 법인과 신사업이 이에 속해 있습니다. 반면 보안이 중요하고 이미 정보 시스템에 투자를 많이 해 놓은 글로벌 기업과 대기업은 IaaS와 Private 조합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보수적이지만 많은 기업에서 ‘클라우드 퍼스트’를 외치면서 적극적으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방식과 다양한 유향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빅데이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1편 : 애인의 유산과 매트릭스
+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2편 : 사이퍼의 스테이크
+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3편 : DT 사이클
+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4편 : 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5편 : 요약은 컨설턴트의 숙명
+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6편 : 멋쟁이는 옷을 제때 갈아입는다
+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7편 : 장인의 연장
+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8편 : 빈 비누 케이스를 제거하라
+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9편: DT의 핵심기술 클라우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