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이 주목받고 있다. 블록체인은 비트코인 때문에 탄생하였다. 2009년 Satoshi Nakamoto는 전자화폐인 비트코인을 제안하면서, 전자화폐의 고질적인 문제인 이중지불(Double Spending) 을 해결하기 위해 블록체인을 제안하였다. 블록체인은 일정시간 동안 발생한 모든 거래를 하나의 블록에 저장한다. 그리고 블록을 만들어진 시간순서로 연결한다. 모든 블록은 중앙서버에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각 참여자들의 PC에 동일한 내용의 블록으로 저장된다. 따라서 특정 거래를 위조하려면, 해커는 서버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자 모두의 PC를 동시에 공격해야 한다. 따라서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커지면 커질수록 해킹은 더욱 어렵게 되어, 거래를 위/변조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즉, 블록체인 기술은 인터넷상에서 일어나는 거래를 안전하게 기록하기 위해 제안되었다고 할 수 있으며, 이런 이유 때문에 보안의 중요성이 가장 큰 금융권에 먼저 적용되고 있다. 나날이 증가하는 인터넷 금융거래에 대한 보안 대책으로 이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여, 인증기관을 통해 거래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 탈중앙적인(Decentralized) 거래 관리 모형을 제시하고 있다. 블록체인 이전에는 모든 거래를 하나의 원장에 기록하였지만, 블록체인은 각 참여자 모두가 원장을 보유한다. 그래서 블록체인을 분산원장(Distributed Ledger)이라고도 한다.
블록체인에 등록된 거래정보는 위/변조가 어렵기 때문에 거래내용의 정합성이 보장된다. 그리고 일정조건을 만족하는 경우 자동적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 을 이용하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서류확인이나 점검작업이 모두 자동화되어 업무 처리속도가 획기적으로 향상된다. 특히 거래과정에서 많은 문서가 발생하는 물류분야의 경우 블록체인을 이용한 다양한 혁신이 시도되고 있다. 2016년, 덴마크 국적의 글로벌 선사인 Maersk는 해운물류 분야에서 블록체인의 활용을 검토한 개념증명(Proof of Concept, PoC)을 실시했다. 그 결과 동아프리카에서 유럽까지의 운송과정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면 전체 수송비의 20% 내외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앞으로 블록체인은 물류분야에서 단순히 검토해야 할 신기술이 아닌, 기업의 지속성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따라서 블록체인 기술이 물류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할지 심도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
물류는 다양한 참여자가 원자재 혹은 제품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공통의 업무를 수행한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모든 물류거래는 거래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는 다양한 문서를 바탕으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진다. 특히 국제물류의 경우 사전에 엄격한 양식이 설정된 무역문서를 바탕으로 물류업무가 진행된다. 얼굴을 맞대고 거래하는 경우 물건을 눈으로 확인한 후 그 자리에서 대금을 지불하기 때문에 신뢰성의 문제가 별로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문서로 소통하는 국제물류의 경우 거래 상대방이 정말로 제품을 보낼지, 그리고 물건을 수입하는 사람이 정말로 대금을 지불할지 등 다양한 신뢰성의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제품의 하자가 없음을 보증하는 인증서가 포함되는 국제물류의 경우 해당 문서가 위/변조 된 것은 아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다. 그리고 거래 상대방이 지금 어떤 프로세스를 수행하는지 일일이 전화나 e-mail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알 방법이 없다. 블록체인은 이러한 특성을 가진 물류 프로세스에 위/변조 될 수 없는 가시성을 제공하여 신뢰할 수 있는 거래환경을 만든다. 다음 장부터 이를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블록체인이 물류분야에 제공하는 대표적인 가치는 가시성이다. 가시성이란 공급망 구성원이 자신이 참여한 물류거래가 현재 어떤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을 말한다. 전통적인 물류거래에서 가시성은 거래 쌍방에게만 제공되는 정보였다. 예를 들어, 제품을 주문한 도매업자는 지금 원자재가 제조업체에게 도착했는지, 언제쯤 완제품이 배달될 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원자재 공급업자로부터 소매업자까지 물류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공급망 구성원이 자신의 거래를 블록체인에 등록하면,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모든 구성원에게 해당 거래의 내용을 공유할 수 있게 된다. 소위 공급망 통합가시성(End-to-end Visibility)을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미 많은 물류 관련업체들은 자사의 물류정보시스템(Logistics Information System)을 통해 공급망 통합가시성을 제공할 수 있다고 광고해 왔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공급망 상의 가시성은 거래 쌍방에게만 제공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이(異)기종간의 데이터 통신이 불가능한 비표준화된 데이터로 제공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각 공급망 구성원은 자사에게 특화된 형식으로 가시성 정보를 생성하기 때문에, 이를 표준화 하여 모든 공급망 구성원의 데이터를 문제없이 교환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은 투자회수율(Return over Investment) 관점에서 쉽게 추진되기 어려운 사항이다. 따라서 기술력과 자본력이 뒷받침되는 물류기업이 아니라면 원자재의 조달부터 완제품의 배송까지 공급망 전체의 가시성을 제공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공급망 상에는 크게 정보흐름(Information Flow), 자재흐름(Material Flow)과 자금흐름(Money Flow)이 존재한다. 정보흐름은 자재흐름을 인도하며 자금흐름을 통해 모든 거래는 마감된다. 정보흐름은 흔히 주문으로 불리며, 자재흐름은 배송 그리고 자금흐름은 결제라는 이름으로 인식된다. 블록체인은 이들 각 흐름을 하나의 거래로 인식한다. 그리고 일정시간 동안 발생한 거래를 하나의 블록으로 묶어 관리하게 된다. 블록체인의 모든 구성원은 블록을 공유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발생한 공급망 상의 정보, 자재, 자금 흐름이 거의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하지만 이러한 개방형 블록체인은 실제 공급망 상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공급망 상에 존재하는 각 구성원은 쌍무적3)인 계약을 통해 거래를 수행한다. 예를 들어 제조업체의 경우 다양한 원자재 공급업체와 동일한 조건으로 거래하지 않는다. 따라서 공급망 지속성(Supply Chain Sustainability)을 위해 이들 거래조건은 엄격히 보호되어야 한다. 결국 물류를 포함한 공급망 상의 거래는 폐쇄형 블록체인을 통해 개별 데이터의 열람권한이 통제될 수 있는 범위에서 기록되어야 하는 것이다.
정보시스템에서 열람권한은 일반적으로 관리자(Administrator) 계정을 통해 조정한다. 하지만 분산네트워크인 블록체인에서는 이러한 방식을 사용할 수 없다. 대신 블록체인은 채널이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채널은 노드(참여자A)와 노드(참여자B)를 연결한다. 같은 채널에 연결된 노드는 서로 블록을 열람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제조업자와 수입업자가 같은 채널에 연결되어 주문정보를 기록한다면, 이들의 주문내역은 이 채널에 접속한 모든 참여자에게 공유된다. 하지만 제조업자는 같은 제품을 다양한 고객에게 판매하는데, 이 사실은 공개하기를 꺼린다. 이 경우 블록체인은 별도의 채널을 생성하여 열람권한을 관리하게 된다. 이를 다채널(Multi-channel)이라 한다.
다양한 채널에서 일어나는 물류거래 가운데 화물의 현재 위치 혹은 특정 프로세스의 완료여부 만을 하나의 채널에서 별도로 관리할 수 있다. 블록체인의 모든 참여자의 동의를 획득한 상태에서 가시성 제공을 위한 채널에 특정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다른 기관 혹은 기업이 생성한 데이터를 직접 자신의 정보시스템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는 복잡한 호환성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블록체인에 올라가는 데이터는 이미 표준화되었기 때문에 호환성 문제는 따로 발생되지 않는다. 이를 통해 블록 체인에 참여한 모든 거래당사자는 자유롭게 자신의 거래 진행상황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거래 투명성은 신뢰할 수 있는 거래관계를 구축하는데 도움을 준다.
국제물류는 주로 전화나 전자우편 같은 비대면 거래로 이루어진다. 오래된 거래실적이 있는 무역파트너는 비대면 거래라 해도 판매대금의 지급거부나, 제품의 인도 거부와 같은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 하지만 새롭게 거래를 시작하는 파트너라면 거래 상대방이 정말 믿을 수 있는지 한 번 더 생각해야만 한다. 소위 거래의 신뢰성과 관련된 문제는 국제물류에서 항상 일어난다. 그리고 실제로 매출채권의 회수 불능으로 인해 무역보험공사가 지불한 보험료만 해도 2011년 기준으로 7천억 원이 넘는다.
거래의 신뢰성은 단순히 대금지불이나 물품인도를 보장하는 역할에 머물지 않고, 국제무역의 규모를 신장시켜 글로벌 경제성장의 선순환 구조로 인도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국제물류에서 거래 신뢰성은 주로 문서의 위/변조와 깊은 관계를 갖는다. 대부분의 무역관련 사건은 위조된 무역문서를 바탕으로 거래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서 자체의 위조 가능성이 낮은 환경이 조성된다면 거래 신뢰성은 크게 향상될 수 있을 것이다. 물류분야에서 블록체인의 도입이 시급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블록체인의 특성상 한 번 블록체인에 등록된 문서 내용의 변경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모든 문서는 항상 원본상태를 유지한다. 그런데 국제물류에서 사용되는 일부 문서의 경우 잦은 정정(Amendment)이 발생한다. 특히 해운관련 서류에서 내용의 추가 혹은 수정이 발생하게 된다. 이 경우 정정이 발생한 문서를 블록체인에 등록하고, 항상 시간적으로 가장 앞선 문서를 원본으로 인정하는 정책을 사용한다. 이러한 방법을 사용하면 시간대별로 동일한 문서가 어떠한 정정이 있었는지 이력까지 관리되게 된다.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블록체인은 통합가시성을 제공한다. 거래 상대방이 언제 어떤 프로세스를 마쳤는지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에, 거래의 투명성이 증가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투명성은 무역사기의 위험을 근본적으로 없애주기 때문에 거래의 신뢰성 향상에 커다란 공헌을 하게 된다고 할 수 있다.
블록체인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거래환경이 조성되면 다음과 같은 효과가 기대된다.
첫째, 거래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 현재 무역구조상에서는 새로운 거래 상대방을 찾기 위해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된다. 거래 상대방이 성실하게 계약을 이행할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거래 전에 신용조사를 하고, 대금 지불이 끝나 거래가 완결될 때까지 매 단계 문서의 위/변조 여부를 세심하게 조사한다. 하지만 모든 거래에서 위/변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보장되면 앞서 이야기한 신뢰성 부족에 따른 거래비용이 상당부분 축소될 것이다.
둘째, 국제물류의 규모가 증가한다. 거래비용의 감소는 신규거래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즉, 새로운 무역파트너와 새롭게 거래관계를 형성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이 현저하게 줄어들면, 무역량이 허락하는 만큼 새로운 거래선을 늘리게 된다. 그 결과 국제물류 거래는 증가하게 된다.
각 물류 프로세스에서는 문서에서 필요한 내용이 빠짐없이 기입되었는지 항상 사람의 손을 이용해서 확인해야 한다. Maersk가 IBM과 협력해 블록체인을 도입하게 된 것도 국제물류의 각 프로세스에서 발생하는 다수의 문서확인과 관련된 작업 때문이었다. 이들 작업은 새롭게 문서를 생성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생성된 문서에 필요한 항목 값이 들어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대부분 규칙을 가지고 하는 업무이므로 스마트 계약을 적용할 수 있다.
스마트 계약을 이용하면 해운물류 프로세스에서 존재하는 다양한 서류확인 작업을 대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관세청과 같은 공공기관에 제출하는 문서는 필수항목에 대한 누락여부를 주로 조사한다. 이처럼 해운물류 프로세스에서 일정한 규칙에 근거하여 단순한 확인 작업이 진행되는 경우 스마트 계약이 적용될 수 있다.
스마트 계약의 잠재성은 생각보다 크다. 블록체인 상의 정보가 자유롭게 공유된다면, 스마트 계약은 관세청에 제출된 Invoice상의 수량과 선사에 제출된 Packing List의 수량도 비교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작업자의 실수로 인한 해운물류 프로세스의 지연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고, 수작업을 최소화 하여 전체 해운물류 리드타임을 단축할 수 있다.
물류분야에 블록체인을 도입하면 다채널로 관리되는 다양한 프로세스가 관리자의 수작업 없이 자율적으로 진행되는 환경을 마련하게 된다. 관리의 편의를 위해 인위적으로 설정되었던, 동일 문서를 사용하는 중복된 프로세스를 제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 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완비되면 물류의 각 프로세스는 문서 처리로 인한 대기시간을 최소화 하고 고도의 생산성을 유지하는 자율형 프로세스로 변모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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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S에서 Cello 상품 기획 및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주요 수행 프로젝트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불량사전예방관리 시스템 구축,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지식기반제조품질관리 시스템 구축, Cello Plus Intelligent Suite 개발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