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급할 때뿐만 아니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편의점이 최근 변화를 맞이하고 있죠. 바로 무인 매장입니다. 현재 무인 매장의 형태는 낮에 일반 매장처럼 운영하지만 야간에는 무인으로 운영하는 ‘하이브리드형’과 24시간 무인으로 운영하는 ‘완전 무인형’으로 구분됩니다. 이런 무인 매장은 도난이나 오류에 매우 취약함에도 불구하고, 최근 하이브리드형 편의점이 1,500여 개나 생기는 등 업계에서는 무인 매장의 확대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편의점의 야간 수익은 매우 낮고, 인건비 상승, AI와 물류, 유통 기술의 발달이 이러한 변화를 가속화시킬 거라고 전망하는 거죠.
아마존에서 만든 아마존 고(amazon go)는 점원과 계산대조차 없는 무인 매장입니다. 스마트폰을 들고 매장에 입장하면 인공지능과 이미지 분석, 센서 기술을 통해 자동으로 소비자가 들고 나온 상품이 결제되는 방식인데요. 2016년 미국 시애틀 본사에 세계 최초의 무인 매장을 연 것을 시작으로 현재는 뉴욕과 시카고, 시애틀까지 총 29개의 아마존 고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아마존은 이미 온라인에서 세계 최대의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지만, 오프라인 고객들의 취향을 분석하고 데이터를 수집하고자 아마존 고를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매장을 전 세계적으로 대폭 확장하지 못하고 영국 등으로 조심스레 확장하고 있는 것은 바로 비용 문제 때문입니다.
무인 매장을 지원하는 기술은 키오스크와 RFID, 이미지 분석, CCTV를 비롯해 심지어 소비자 패턴을 분석하는 리테일 관련 AI까지 셀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이러한 기술을 통해 초기 시험 단계의 매장을 뛰어넘어, 이제는 웬만한 유인 매장과 유사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죠.
고객이 매장에 들어서면 스마트폰 앱이나 안면 인식 등을 통해 고객을 인지합니다. CCTV와 각종 센서들은 고객이 구매하려는 상품을 인식하고, 동선을 분석하여 상품 추천을 하기도 합니다. 집어 든 상품은 자동으로 결제 목록에 추가되며, 매장의 출구를 통과하면 등록된 결제 정보를 이용해 자동으로 결제됩니다. 물론 고객에게는 이메일이나 앱으로 영수증도 발송됩니다. 아마존 고를 비롯한 해외 무인 매장들은 이런 기술을 적극 수용하고 있죠.
무인 매장을 구성하는 기술 자체는 이제 상용화 단계를 앞두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지만, 문제는 설치 가격입니다. 국내에서 보통 중소 규모의 매장 1곳을 무인으로 개설하는데 10~13억 원 정도 드는데, 이는 매장 점주가 초기 투자하기에는 부담되는 비용이죠. 보통 하이브리드형 무인 매장 개설 비용이 5천만 원에서 1.5억 수준이니 10배 정도 차이 납니다.
그럼에도 무인 매장의 고도화와 투자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세븐일레븐은 저스트 워크아웃(Just Walk Out, 물건을 들고나가면 결재되는 방식) 매장인 ‘DT 랩 스토어’를 선보였는데요. 통합 인증 단말기와 안면인식 기술을 도입해 고객의 출입을 확인하고, 3D LiDAR(레이저 기반 사물 측정 센서)로 고객 동선을 분석하는데 고객이 어떤 매대의 몇 번째 선반에서 어떤 상품을 픽업했는지까지 확인할 수 있다고 합니다. 매장에 설치된 AI 카메라는 매대에 진열된 상품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고객 구매로 인해 결품 발생 시 매장 관리자에게 알림을 제공하기도 하죠. 매장 실내의 온/습도나 도어 개폐 유무 등도 시스템으로 확인할 수 있고요.
CU에서도 ‘테크 프렌들리 CU’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CU 앱에 개인 정보와 결제 카드를 등록하고 키오스크에서 얼굴을 촬영하면, 재방문 시 휴대폰이 없더라도 안면인식 기술로 고객을 인지합니다. 매장에서는 AI 카메라로 고객 동선을 파악하고, 선반에 붙은 전자 가격표가 상품과 할인 정보를 안내하죠. 냉장고를 포함한 모든 선반에는 무게 감지 센서를 탑재해 고객이 어떤 상품을 집었는지 실시간으로 집계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들이 수집되면 클라우드 POS 시스템을 통해 1+1 행사 정보나 멤버십 포인트, 통신사 할인 등 일반 매장과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마트24에서도 AI 카메라와 무게 센서, 클라우드 POS 등을 활용해 상품을 들고나가면 자동으로 결제되는 ‘이마트24 완전 스마트 매장’을 오픈했습니다. 매장에 설치된 챗봇이 상품 위치나 결제 방법도 안내해 주고, 관리자가 상품을 진열하기만 하면 AI가 상품 이미지를 학습해서 신제품을 등록하기도 하는 등 무인 매장에 도입되는 기술도 점점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모든 일이 로봇과 AI로 점점 대체되는 지금을 보면 이러한 무인 매장도 곧 우리의 일상으로 자리 잡을 것 같네요. 물론 저는 스마트 스토어라는 표현을 더 좋아하긴 합니다. 무인 비행기, 무인 자동차 같은 건 왠지 무서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