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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서나 건강을 관리하는 모바일 헬스케어

처음 스마트밴드를 만난 것은 2010년 즈음에 Fitbit과 나이키 FuelBand였다. 이 스마트밴드를 손목에 차고 하루를 보내면 걸음 수, 이동 거리, 오른 계단 수를 자동으로 측정해 활동량을 추적해 준다. 또한, 이 스마트밴드는 갈수록 성능이 좋아지고 애플 워치와 같은 스마트워치로 진화되면서 이제는 수면 패턴을 분석하고, 심박수까지 측정해 준다. 그리고, 스마트폰 속 헬스케어 앱과 연동되어 심전도를 측정하고 혈압이 상승할 때 이를 감지해 주기까지 한다. 덕분에 칼로리 소모량 등의 측정을 넘어 사용자의 건강 지표를 확인하고 위급 상황 시에 의료진과 연락해 진단과 치료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일상 속 헬스케어 서비스의 유용함과 한계

모바일 헬스케어 서비스는 사용자가 일상에서 쉽게 자신의 건강을 관리할 수 있게 도와준다. 예를 들어, 애플 워치는 운동 중 심박수를 모니터링하고, 목표 달성을 위한 운동량을 제안한다. MyFitnessPal 같은 앱은 식단을 기록하고 칼로리 섭취를 관리해 준다. 이러한 서비스는 사용자들이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사실 스마트밴드의 가속도계, 심박수 센서와 광혈류 측정기, 피부 온도 측정 센서, 호흡률을 측정하는 기술을 이용하면 수면의 단계를 분석하고 수면의 양과 질을 진단할 수 있다. 호흡 패턴과 산소포화도를 통해 수면 무호흡증이나 REM 수면과 깊은 수면, 얕은 수면 등을 자세하게 분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불면증이나 피로, 스트레스를 진단해 수면 습관을 바꾸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림 1] MyFitnessPal 앱 - 무엇을 얼마나 먹고, 운동은 얼마나 하고, 잠은 잘 잤는지 기록
사용자가 MyFitnessPal 모바일 앱 메인 화면에서 자신의 측정치를 확인하고 있는 이미지

하지만, 그런 이상이 실제 구현이 될까? 건강을 관리하는 정도 수준을 넘어 의료 서비스까지도 가능할까? 사실 스마트밴드를 손목에 차고 잠을 자는 것은 그리 유쾌한 경험은 아니다. 배터리 문제도 있고 거북한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당연히 데이터의 정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이런 데이터로 의료적 진단을 대체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심박수나 혈압 측정이 부정확할 수 있으며 그렇다 보니 의료진의 진단을 대신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이용한 헬스케어 서비스가 의미가 있는 것은 무얼까?

일반적으로 우리는 몸이 아파 병원에 가면 정밀 검사를 받게 된다. 이러한 검사는 하루 종일 걸릴 만큼 번거롭고 힘들지만, 그만큼 정확하게 진단하여 이상 증상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 병원에 가서 진료 후 조치를 취하는 이러한 의료 시스템이 자리 잡은 지 약 100년이 되었다. 그러나 이 100년 된 의료 체계의 가장 큰 문제는 아프고 나서야 비로소 치료할 수 있다는 점이다. 1970년대부터 공중보건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예방의학이 부상하였고, 건강검진이 국가 표준화되어 만성질환의 조기 발견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이러한 건강검진도 여전히 병원에 가서 1년에 한 번 받는 것이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질환을 지속적으로 추적 관리하기는 어렵다.

모바일 헬스케어 서비스는 이러한 빈틈을 메울 수 있도록 해준다.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일상 속에서 매일 수집되는 데이터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리의 건강 패턴을 읽을 수 있게 해준다. 예를 들어, 1개월, 3개월 등 오랜 기간 동안 축적된 데이터는 건강 상태의 이상 증상을 탐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를 통해 병원에 가기 전에도 조기 경고 신호를 감지하고, 사전에 건강 문제를 예방하거나 관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즉,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한 헬스케어 서비스는 기존 의료 체계의 한계를 보완하고, 예방적 건강 관리를 실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림 2] 애플 헬스 앱 - 일상 속 건강 정보를 정밀하게 기록, 수집
애플워치와 애플 헬스케어가 연동되어 애플 헬스케어 메인 화면에 측정치가 나온 화면을 시각화 한 이미지

헬스케어 관련 기술의 진화와 현주소

이같은 모바일 헬스케어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빠르게 변화해 왔다. 초기에는 단순한 운동 기록과 칼로리 계산 등의 기능에 그쳤지만, 이제는 AI, IoT,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이 접목되어 있다. 즉, 2010년대만 해도 피트니스 트래커를 이용해 걸음 수와 칼로리 소모량을 기록하는 단순한 디지털 만보계에 가까웠다. 이후, 스마트폰과 연동된 건강 관리 앱들이 출시되기 시작하면서, 사용자의 운동량을 정교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식단과 수면 등을 관리하는 기능까지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활동량을 넘어 먹고 자는 것까지 상세하게 수집하게 된 것이다.

이를 위해 스마트폰 앱에서는 초기 사용자가 먹은 음식에 대한 정보를 직접 입력해야만 했지만, 이제는 음식 사진을 촬영하면 자동으로 음식의 칼로리량과 함께 종류를 인식한다. 또한, 센서 기술의 고도화로 인해 수면의 단계나 피로도, 질 등을 보다 정교하게 수집할 수 있게 되었다. 더 나아가 스마트워치는 이들 피트니스 트래커보다 고가로 보다 다양한 센서들이 탑재되었다. 가속도계와 자이로스코프, 피부 온도, 심박수 등을 체크하는 센서는 기본이고 이제는 광혈류 측정과 전기심박도 그리고 기압과 위치, 자기를 측정하는 센서들이 탑재되어 보다 정교한 건강 상태에 대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즉, 심방세동 탐지와 혈중 산소 포화도, 발열 여부와 체온 변화를 정밀하게 측정하고 GPS와 기압, 위치, 고도 등을 통해서 러닝, 사이클링, 하이킹 등 다양한 운동 내역과 활동량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림 3] 삼성전자 갤럭시 워치 울트라 - 활동량은 물론, 체성분까지 분석
갤럭시 워치 울트라 내 멀티 스포츠 활동량을 시각화한 이미지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는 때론 디바이스에, 때론 클라우드에 수집되어 개인의 건강 관리를 돕는다. 즉, 1년에 때 되면 한 번씩 정밀 검사를 통해 수집되는 데이터보다 매일 일상 속에서 쌓이는 다양한 형태의 개별 데이터가 모여서 얻을 수 있는 가치가 더 크다. 병원의 의료 시스템으로는 평상시의 건강 정보를 파악하기 어렵다. 하루하루 축적된 일상의 식습관과 운동량, 수면 패턴과 스트레스 등이 어떤 인과 관계로 가랑비에 옷 젖듯이 건강을 좀 먹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모바일 헬스케어 서비스로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하면 질병과의 인과 관계 등의 분석이 가능하다. 단, 그런 분석을 하려면 워낙 일상 속 데이터 수집량이 많기 때문에 AI 등의 첨단 기술 기반을 필요로 한다.

그렇게, 모바일 헬스케어는 스마트폰, 웨어러블 기기, IoT(사물인터넷) 등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급격히 성장해 왔다. 초기에는 주로 건강 정보를 기록하고 모니터링하는 데 그쳤지만,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등을 활용하여 개인 맞춤형 건강 관리가 가능해졌다. 실제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리던 2020년대에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덕분에 매일 매시간 매분별로 측정한 심박수와 혈압, 피부 온도 변화 추이 덕분에 바이러스 초기 징후를 진단할 수 있었다. 즉, 독감이나 감기로 인한 감염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그 정확도가 직접 코로나19 검사를 한 것보다 나을 리 없지만 적어도 감염 의심 환자에 대한 경고와 감염 확정 시 그간의 건강 이력 데이터를 분석해 언제 즈음부터 초기 증상이 발현되고 감염이 시작되었는지 등에 대한 파악이 수월해진 것이다.

[그림 4] Kinsa 체온계 - 체온 변화와 건강 정보를 수집해 헬스케어 서비스 제공
Kinsa 체온계를 통하여 분석된 데이터를 모바일로 확인 할 수 있다는 예시 이미지

심지어 그렇게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착용한 사용자가 많아지면서 감염 경로나 전파 이력 등을 추적하기도 수월해졌다. 감염한 A가 누구와 만났고, 그렇게 A를 만난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3명이 확정되었다면 A와 이들 3명의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한 심박수, 체온 등의 변화를 통해 A로 인한 감염인지 다른 경로를 통한 감염인지에 대한 실마리를 찾는 것이 가능해졌다. 병원에서는 그런 추적이 불가능하지만, 모바일 헬스케어 서비스 덕분에 클라우드에 수집된 건강 데이터 덕분에 그런 추적 관리가 가능해진 것이다. 물론 실제 현장에서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 활용 동의부터 정확도 등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그럼에도 기존에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다양한 바이러스 감염과 전파에 대한 맵을 구성하고 분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 구글의 검색 트렌드를 통해서 구글 검색어 입력창에 독감, 코로나 등의 키워드로 검색을 한 지역과 시간을 기반으로 독감 감염 경로를 파악하는 시도(Google Flu Trend)를 2008년에 실험하기도 했다. 실제 사용자의 건강 데이터가 아닌 오직 검색어 입력창에 입력한 키워드만으로 독감의 전파 경로를 추적하는 실험을 한 것이다. 초반에는 상당 부분 실제 감염 경로와 유사한 패턴을 보이는 것을 증명했지만, 2013년 신종플루 대유행과 여름 독감 등에 있어서는 실제 통계와 큰 차이가 나서 폐기되었다. 하지만, 실제 사용자들의 건강 정보를 정밀하게 측정해 이를 데이터베이스로 저장해 분석하면 구글 플루 트렌드보다는 더 정교한 바이러스 전파와 감염 경로에 대한 연구와 예측이 가능해질 것이다.

[그림 5]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운영된 독감 발병을 예측하는 GFT 그래프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운영된 독감 발병을 예측하는 GFT 그래프

미래 모바일 헬스케어 전망

2024년 1월 삼성전자는 갤럭시 링이라는 스마트링을 발표했다. 반지처럼 생긴 헬스케어 디바이스를 손가락에 끼우면 반지 안쪽에 온도, 광학, 가속도 센서를 이용해 심박수, 혈압, 산소포화도와 수면 품질을 측정할 수 있다. 기존 스마트밴드와 유사한 기능을 제공하면서 더 작아졌고 최대 7일까지 한 번 충전으로 지속 사용이 가능하다. 10분의 충전에 1주일을 사용할 수 있는 데다 반지의 형태라 거북하지 않고 늘 부착이 가능하다는 특징을 가진다. 이렇게 갈수록 경량화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덕분에 보다 정밀한 일상을 측정함으로써 헬스케어 서비스의 완성도는 갈수록 높아질 것이다.

[그림 6] 삼성전자 갤럭시 링
삼성전자 갤럭시 링 이미지

특히, 이들 데이터가 병원 의료 시스템과 연계된다면 수년간 쌓인 환자의 일상 속 데이터 기반으로 정밀 의료 즉 개인별 맞춤 의료 서비스의 제공이 가능해질 것이다. 평상시 질병 진단과 예측을 넘어 치료하는 과정에 있어서도 환자의 정밀한 유전자 정보와 일상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더 나은 맞춤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퇴원 후의 일상에서 약을 복용하고 운동, 재활 치료 등을 하는 것을 모니터링하면서 환자의 치료 효과를 더욱 높여 품질 높은 의료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질 것이다.

또한, 일반적인 헬스케어 디바이스가 아닌 특정한 질병에 특화된 웨어러블 센서의 등장도 본격화될 것이다. 2020년부터 연구해 본격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피부 부착형 혈당 측정기는 동전보다 작은 크기의 피부에 부착해 혈당을 측정해 준다. 이 센서는 미세한 바늘이 부착되어 1~2주가량 피부에 부착하고 있으면 피를 뽑지 않고도 매시간 혈당을 측정해 준다. 스마트폰 앱과 연동함으로써 실시간으로 어떤 운동이나 음식물 섭취를 했을 때 혈당이 높아지는지를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 덕분에 당뇨 환자들이 통증 없이 실시간 당 측정과 갑작스럽게 혈당이 높아지는 이유를 추적해 갑작스러운 쇼크를 예방하고 건강 관리를 할 수 있다.

[그림 7] 애보트 프리스타일 리브레 – 연속 혈당 측정기
사용자가 연속 혈당 측정기를 팔에 착용하고 모바일로 자신의 혈당치를 확인하고 있는 이미지

이처럼 모바일 헬스케어 기술은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아 건강 관리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특히, 모바일 헬스케어 시장은 지속적인 기술 혁신을 통해 더욱 개인화되고 예방 중심적인 의료 서비스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사용자들은 일상 속에서 더욱 쉽고 효과적으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게 될 것이며, 의료 서비스 제공자들은 데이터와 AI 기술을 활용해 더 정확하고 효율적인 진단과 치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개인정보 보호와 기술의 윤리적 사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장치 마련이 중요한 과제로 대두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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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김지현

김지현 | 테크라이터

기술이 우리 일상과 사회에 어떤 변화를 만들고, 기업의 BM 혁신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과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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