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디지털이 가져다준 최대의 혜택은 시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정보의 자유를 선사했다는 것이다. 덕분에 거실에서, 회사 회의실에서 전 세계의 정보에 접근하고, 세계인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퇴근하는 버스에서 내일 해먹을 음식 재료를 주문하고, 아침 출근 지하철에서 쇼핑하고, 거실에서 야식으로 먹을 음식을 배달시킬 수 있게 되었다. 늘 인터넷에 연결되어 언제든 1분 전에 전 세계에 발매한 음악을 들을 수 있고, 평소 접하기도 어려운 인도, 베트남, 중동의 드라마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해외 친인척과도 페이스타임이나 카카오톡으로 언제든 즉시 연결할 수 있게 된 것 또한 모두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 덕분이다. 이미 그렇게 우리 일상은 시공간의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있는데 여전히 회사에 있는 시간과 그 공간은 그런 자유와 멀기만 하다. 여전히 회의는 서로 얼굴을 보면서 회의실에 둘러앉아서 해야 하고, 보고서 역시 인쇄를 한 종이로 본다. 세상은 디지털이지만 왜 우리 사무실은 여전히 아날로그 중심일까?
지난 2020년의 세계적인 팬데믹은 우리 일상을 너무 짧은 시간에 완전 바뀐 삶을 강요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출근을 할 수 없다 보니 반강제적으로 재택근무와 비대면 회의가 만연했다. ZOOM과 MS 팀즈, 슬랙 그리고 MS 오피스 365와 구글 독스와 같은 협업 툴을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 사무실이 아닌 집에서, 함께 모여서가 아닌 온라인으로 회의를 하고, 때로는 다 같은 시간에 연결하지 않고 각자 서로 다른 시간에 업무 진척도와 내용을 기록하고 필요한 때에 확인하면서 온전히 시공간의 자유 속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무엇을 깨달았을까?
아마 대개의 경영진과 직원 그리고 직무에 따라 느낀 온도는 서로 다를 것이다. 긍정적인 경험은 출퇴근 시간 낭비가 줄었고 필요할 때 수시로 온라인 회의를 하고, 업무 관련 논의도 협업 툴을 이용할 수 있어 시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온라인 회의는 어디서든 즉시 연결이 가능하니 늦는 사람도 없고 연결 즉시 업무 논의를 시작하고 할 말만 하고 끝내기 때문에 보다 압축적으로 회의 진행이 가능하다. 업무 자료들이나 보고서도 인쇄해서 볼 필요 없이 늘 클라우드에 올려두고 필요할 때 연결해서 확인하고, 회의록이나 출장 보고서, 외근 보고서와 각종 업무 관련 참고 자료들과 업무 진행 내역도 협업 툴을 통해 올려두니 누가 무엇을 하고 있고, 업무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수시로 확인이 가능하다.
반면, 부정적 경험은 회의의 집중력이나 전달력이 떨어지고, 업무 진척도나 상황 파악이 정확하지 못하며, 근태 관리와 동료 간의 유대감이나 결속력을 챙기기 어렵다는 것이다. 같은 공간에 모여 잡담이나 가벼운 대화를 나누면서 팀워크와 동료애를 키우던 것을 온라인 미팅으로 대신할 수 없다. 게다가 보고하고 피드백을 주면서, 서로 얼굴을 보고 표정을 살피고 미묘한 제스처를 확인하며 서로의 감정을 읽으며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을 온라인 회의가 따라갈 수는 없다.
사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비대면 근무, 원격근무, 재택근무, 유연근무 등을 경험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기존의 사무실 근무가 주는 익숙함을 굳이 버리고 새로운 근무 방식을 도입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아직 온라인 회의가 주는 기술적 제약과 어색함,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테크닉의 부족으로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온라인 협업 툴이나 공동 문서 작성과 공유 기능이 편리함에도 익숙하지 않고 사용법이 번거롭고 사용자별로 활용도의 편차가 커서 제약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집이든 주변 공유 오피스든, 카페에서 비대면 회의와 온라인 협업 툴을 이용해 일하는 것이 주는 효율성이 높고, 시간을 단축시켜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게다가, 이런 편리함과 효율성을 맛본 젊은 20~30대의 직장인들은 이런 유연근무, 원격근무를 마치 복지처럼 여기고 강하게 요구하는 경우도 일부 있다. 실제 IT 기업에 근무하는 분들 중에는 이러한 자율 근무 방식에 대한 요구사항이 높고, 이 때문에 이직을 하는 경우도 있다.
기업이 업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생산적인 업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회사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사업 혁신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그렇게 효율적인 업무 환경을 만들기 위해 컴퓨터, 노트북, 태블릿을 도입하고 ERP, SCM, CRM 그리고 전자결재 등의 정보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고, 업무를 위한 MS 오피스 프로그램과 각종 소프트웨어와 인터넷 서비스를 구매한다. 물론 근무 환경이 좋은 사무실을 얻고 편안한 의자와 책상을 준비하고 회의실을 구비하는 것도 모두 생산성 향상을 위한 것이다. 그렇게 전통적으로 해오던 생산적인 업무 환경 조성을 보다 혁신적으로, 도전적으로 접근한 것이 바로 시공간의 제약을 벗어나 보다 자율적 근무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하이브리드 워크는 시간과 공간의 자유로움 속에서 일하는 것을 뜻한다. 원격근무는 출퇴근을 고정된 사무실로 하지 않고 집이나 원하는 장소의 공유 오피스, 카페 등 어디에서든 근무하는 것을 말한다. 극단적인 원격근무는 해외에서 근무하는 것이며, 원하는 곳에서 휴식을 취하며 근무도 하는 새로운 근무 형태로 워케이션도 있다. 관광, 휴가를 하면서 일하는 것으로 원격근무가 보편화된 국가나 직장에서는 보편적인 근무 형태로 각광을 받고 있다.
유연근무는 자율출퇴근 방식으로 하루 정해진 시간 내에서는 원하는 시간에 출퇴근을 하거나(시차출퇴근제) 주 혹은 월 단위에 일하는 전체 시간을 정하고 그 시간 내에서는 하루 일하는 시간을 그때그때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선택근무제) 또, 근무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업무 수행 방식과 성과 기반으로 근무하는 재량근무제도 있다. 때로는 유연근무제에 근로 장소도 선택, 조정할 수 있도록 하기도 한다.
이 두 가지를 합한 것이 하이브리드 워크이다. 즉, 시공간 2가지 모두의 제약에서 벗어나 일을 하게 되면 어떤 장점이 있을까? 또, 경영진이나 리더 입장에서는 어떤 단점이 있을까? 그 둘의 갭을 줄이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사실 아무 때나 원하는 장소에서 일할 수 있는 자유는 프리랜서와 같은 자유 직종에서나 가능했던 일이었다. 직장인은 정해진 9시 전 사무실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하는 규칙에서 자유롭기가 어렵다. 그런데, 하이브리드 워크를 얻는다면 마치 PC를 사용하다가 스마트폰을 사용했을 때의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하이브리드 워크의 최대 강점은 워라벨의 완성이다. 2020년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 직장인의 평균 출근 시간은 52분, 퇴근 시간은 59분이며, 2022년 잡코리아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경기권 직장인들의 하루 출퇴근 왕복 소요 시간은 102분이다. 출근과 퇴근 과정을 위해 준비하고 대중교통을 기다리는 시간까지 합하면 하루 3시간은 소요될 것이다. 그 시간과 교통비가 절약되는 것만 해도 상당히 값진 일이다. 회사 입장에서도 사무실 공간과 집기를 마련하고 임대하며 운영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사무실이 사라지고 온라인으로 연결되어 서로를 신뢰하며 자유롭게 일하게 되면 성과도 좋아질까? 실제 회사의 일이 사무실에서 일하던 때와 비교해 문제없이 돌아갈까?
업무 생산성의 향상은 과정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에서 결정된다. 하이브리드 워크가 근로자에겐 자유를, 회사에는 비용 절감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효과는 결국 그렇게 일했을 때의 성과로 생산성을 판단할 수 있다. 그 판단은 지난 2020년부터 2년간의 재택근무를 돌아보면 기업마다, 회사에서의 위치에 따라,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공통적인 것은 효율과 한계가 공존한다는 것이다. 효율은 높이고 한계를 극복하면 생산성은 나아질 것이다. 그 조건은 무엇일까? 결론적으로 우리의 기존 전통적인 방식의 업무 진행 방법들이 클라우드화가 되어 투명한 업무 공유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
온라인 회의가 대면 회의보다 부족한 것은 현장감, 표현력으로 이것은 극복 불가능한 한계다. 핵심은 온라인 회의의 강점을 더욱 극대화함으로써 대면 회의보다 부족한 점을 메꾸는 것이다. 온라인 회의는 모든 것이 디지털로 기록되고 저장된다는 점이고, 이는 논의 내용을 다시 검토하고,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사람에게 공유하기 쉽다는 장점을 가진다. 또한, AI 기술 덕분에 회의 이후 회의록을 자동 정리하고 각자의 발언 내용에 대한 요약이나 긍정적, 부정적인 반응을 빠르게 분류하는 것도 가능하다. 회의 중 참석자 대상으로 설문을 하고 결과를 취합하는 것도 간결하고 정확하게 할 수 있다. 참석자들이 작업 중인 문서나 각자의 보고 있는 화면을 즉시 공유할 수 있어 서로가 생각하고 정리 중인 사항들을 파악하며 정확한 메시지 전달이 가능하다.
또한, 온라인 협업 툴이 주는 강점은 분명하지만 이 툴을 모든 사람들이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습관을 일반화하는 것은 쉽지 않다. 누구나 업무 진행 내역을 협업 툴에 기록하고, 작성하는 보고서와 피드백을 수시로 온라인 문서 편집기에 정리하면 굳이 따로 업무 보고를 하고 체크를 하려 하지 않아도 업무 진척도 파악이 빠르고 쉽다. 문서 작성 중인 사항도 중간중간 따로 보고받을 필요 없이 수시로 확인하고 온라인 피드백을 남겨 잘못된 내용을 정정하고 보고서 방향이나 문서 스토리에 대한 보완 요구를 할 수 있다.
이처럼 온라인 회의와 협업 툴을 유용하게 사용하면 사실 시공간은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사무실에 출퇴근해서도 이렇게 일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사실 언제, 어디서 일하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무엇을 하느냐이다. 하이브리드 워크가 실질적 성과 창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느냐에 대한 명확한 정립이다.
그렇다면 시공간의 자유로움 속에서 실제 업무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사실 사무실이냐, 집이냐, 카페냐 하는 것은 부수적인 것이다. 사무실 출근에 시간 낭비가 크다면 출퇴근 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해서 7시 출근, 4시 퇴근이나 10시 30분 출근, 7시 30분 퇴근으로 조정해도 된다. 또, 재택근무가 집중도 안 되고 근무 환경이나 여건이 적당하지 않다면 사무실을 어느 한 곳이 아닌 회사에서 지정한 여러 지역의 분산된 공유 오피스로 출퇴근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렇게, 근무 장소나 시간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일하느냐가 핵심이다.
온라인 회의의 강점을 제대로 살리려면 직원이 어떤 디바이스를 이용하던지 편리하게 즉시 보안에 걱정 없이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음성, 메시지, 화상회의 그리고 팀 작업공간과 가상의 화이트보드와 다양한 문서와 화면 공유 기능이 제공되어야 하며 배경 소음을 줄이고 회의 요약은 물론 회의 이후 참석자별로 언제까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작업 할당하는 AI 기능도 제공되어야 한다. 향후에는 메타버스 속에서 좀 더 입체감 있고 몰입감을 가진 아바타를 이용해 회의를 하게 되면 대면 회의 때와 같은 현실감도 가능해질 것이다. 그렇게 기술적인 보완을 통해 온라인 회의의 단점은 최소화하고 강점은 극대화할 수 있다.
다양한 협업 툴 역시 사용이 쉽고 어떤 환경에서든 접근 가능하며 AI를 활용해 툴 사용의 부담과 제약을 극복할 수 있는 편의성과 강력한 기능이 제공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회사 내의 모든 업무 과정이 클라우드로 전환되는 것이 필수적이다. 회사의 모든 결재 시스템이나 생산 관리, 재무 관리, 재고 관리 등의 정보 시스템이 클라우드화되는 것처럼 개인의 업무들도 클라우드로 옮겨가야 한다. 각자의 컴퓨터에 저장된 문서 파일과 업무 관련 보고서, 업무 과정에 논의하는 내역과 회의 일정 그리고 각종 업무 관련한 자료와 코멘트 사항, 회의록 등이 모두 클라우드에 저장되고, 이러한 파일, 문서, 정보에 접근하는 것 역시 클라우드에서 제공되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해서 모든 사내 자료와 정보들을 동료들과 공유해야 한다. 각자의 컴퓨터에 개별적으로 문서를 저장하고, 필요할 때 이메일로 공유하며, 업무에 대한 논의 과정이 대화와 토론 중에 소멸되는 방식에서 벗어나 모든 업무 과정이 디지털로 기록되고 공유되는 극단의 온라인화, 클라우드화가 되어야 시공간의 자유 속에서도 동료 간에, 리더와 구성원 간에 생각의 격차가 최소화될 수 있다.
결국 하이브리드 워크를 위한 최선의 방법은 우리 회사의 업무 환경에 맞는 출퇴근 시간과 방법에 대한 확정 이후에 클라우드 기반의 자동화된 협업 솔루션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사내 커뮤니케이션(메일, 메신저), 미팅, 문서 파일 관리 그리고 업무 협업을 위한 협업 툴(업무 보고, 정보 공유 및 일정 관리와 공동 온라인 문서 작업)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전환하면 실질적인 업무 효율을 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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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 테크라이터
기술이 우리 일상과 사회에 어떤 변화를 만들고, 기업의 BM 혁신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과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