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면, 무인 매장은 예전부터 우리 곁에 있어 왔습니다. 넓게 보면 사무실 한 켠에 있는 자판기도 무인 매장의 일종이고 셀프 키오스크도 결제 영역을 무인화한 셈입니다. 하지만 2020년의 무인 매장은 코로나로 인한 언택트 트렌드와 맞물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교집합에 자리잡으면서 새로운 개념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근간으로 하는 무인시스템이 매장에 적용되면서 물리적인 형태는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소비자에게는 온라인 구매의 편리함을 제공하고 판매자에게는 온라인에서만 가능했던 고객 데이터를 수집·활용할 기회가 주어지는 것입니다.

2016년 아마존(Amazon)이 컴퓨터 비전, 딥러닝 등을 활용하여 저스트 워크아웃(Just Walk Out) 기술을 적용한 아마존 고(Amazon Go)를 오픈하면서 막연하기만 했던 무인 매장의 실체가 드러났습니다. 이후 무인 매장은 전세계의 주목을 끌면서 오프라인 유통의 미래로 받아들여졌습니다. 특히, 무인 시스템과 모바일 결제에 관심이 많던 중국 기업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무인 매장을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비즈니스 관점에서 봤을 때 무인 매장의 성과는 긍정적이지 않았습니다. 중국 전자상거래 2위 기업인 징동닷컴은 2018년 7월, 5,000개의 무인 매장 출점 계획을 발표했다가 6개월만에 슬그머니 철회하기도 했습니다.

2020년 1월, 코로나19 발원지였던 중국 우한에서는 세계 최초로 로봇이 모바일 기기를 판매하는 화웨이(Huawei)의 무인 매장이 문을 열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불러온 언택트 시대를 맞아 변화하는 유통 형태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역사의 우연같은 순간이었습니다.
화웨이 무인 매장 투명한 원통형 유리가 둘러싸고 있어 바깥에서 안쪽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매장 중앙에는 로봇팔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고객들이 매장 밖에 설치된 키오스크를 통해 제품을 선택하고 결제하면 로봇팔이 진열대에서 제품을 집어 고객에게 전달해 줍니다. 고객은 키오스크뿐만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 24시간 제품을 구매하고 무인 매장에서 픽업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구매한 제품을 처음 만나는 그 순간을 마치 SF 영화의 한 장면과 같이 연출하여 색다른 제품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는 고객에게 채널 통합적임과 동시에 차별화된 만족을 제공하는 옴니채널의 적극적인 구현 형태로도 볼 수 있습니다.

기존의 무인 매장이 주로 저가의 규격 제품을 취급하는 편의점을 중심으로 개설되었다면 최근의 무인 매장은 일반 소매 유통뿐 아니라 금융, 통신 등 업계 전반으로 확대되는 모양새입니다. 국내 모 은행은 디지털 기기만으로 업무가 이루어지는 무인 점포 '디지털 셀프점'을 열었고, 모 백화점은 내년초 무인 식품관을 선보이겠다고 밝혔습니다. 모 통신사도 휴대폰 개통부터 단말기 수령까지 가능한 무인 매장을 올해 내에 오픈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언택트 시대가 도래하면서 축소되는 오프라인 고객 접점을 만회하기 위한 방편으로 무인 판매 영역이 넓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가격이 비싸거나 중요한 의미가 있어 소비자가 제품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이는 고관여 제품도 무인 매장에 진출할 수 있을까요? 에스코어(S-Core)는 그간 수행해 온 옴니채널 프로젝트 경험을 통해 고관여 제품군을 판매하는 업종에까지 무인 매장을 확대 적용하기 위해서는 최근 소비의 중심축으로 급성장한 Z세대들의 구매 정보 탐색과 의사 결정 과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단언합니다. 그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자신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찾고 자기주도적으로 판단합니다. 이들에게 무인 매장은 통합적 구매 과정과 연계한 오프라인 공간으로 매력도가 높게 작용할 것입니다.

물론 무인 매장이 근시일 내 우리 사회에 보편화될 것으로 확언하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기술 도입에 많은 비용이 들고 보안 문제가 상존하며 디지털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책도 마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인' 컨셉이 가지는 비대면과 편리함의 가치가 유통·IT 업계가 추구하는 '차별화된 고객 경험'과 맞물려 새로운 판매 방식으로 부상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미래입니다. 결국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양분되어온 기존 유통 체계가 점점 모호해지면서 O2O 생태계의 혁신을 가져올 것입니다.
코로나19 시대, 비대면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코로나19 이전의 세상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이를 산업 관점에서 재해석하면 비대면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는 여전히 제품을 만져보고 비교해가며 구매하기를 원합니다. 이율배반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것이 이제까지 우리가 살아온 방식이기 때문에 한 순간에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기 위해 우리는 무인 매장과 채널 통합적인 고객 경험이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언택트라는 메가 트렌드에서 온라인 채널은 어떻게 강화될 것인지, 그 강화된 온라인 채널은 무인 매장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어떻게 오프라인의 소비자들과 교류할 것인지도 흥미로운 화두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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