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 월드 와이드 웹이 공개된 이후 인터넷은 빠른 속도로 진화하면서 전 세계를 연결하는 통신망이자 커뮤니케이션 매체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웹 1.0과 웹 2.0으로 일컬어지는 시기를 거쳐 이제 웹 3.0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대에 다가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웹 3.0의 개념과 실체에 대한 의견은 여전히 분분합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가 "웹 3.0은 실체가 없는 허상"이라는 날선 비판을 가했음에도 웹 3.0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나날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과연 웹 3.0이란 무엇이며 어떤 형태로 진화하고 있을까요?
오늘날과 같은 디지털 사회에서 데이터는 가장 가치 있는 자원이자 자산입니다. 하지만 개인은 데이터 제공자일 뿐, 일부 기업들만이 데이터를 독점하고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웹 생태계에서 소수의 기업이 데이터를 독점할 수 있게 된 원인과 함께 웹 3.0이라는 대안이 등장하게 된 배경을 웹의 발전 과정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1991년 영국의 컴퓨터 과학자인 팀 버너스리(Tim Berners-Lee)가 월드 와이드 웹을 세상에 공개하면서 2004년까지 이어지는 웹 1.0 시대의 막이 열렸습니다. 웹 1.0은 오로지 ‘읽기’만 가능했고 클릭 외에는 어떠한 상호 작용도 없는 정적인 웹페이지였습니다. 즉 다수의 이용자는 소수가 제공하는 제한된 형태의 콘텐츠를 그저 읽을 수만 있었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인터넷 보급 확산과 디바이스 다양화로 웹은 급속하게 발전했습니다. ‘읽기’만 가능했던 이용자들은 이제 직접 컨텐츠를 ‘생산’하고 ‘공유’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웹 1.0은 단순한 웹페이지들의 집합으로 단방향 커뮤니케이션만 가능했지만 웹이 플랫폼의 형태로 발전한 웹 2.0은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졌습니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웹 2.0은 한 차례 더 진화합니다. 이용자들은 인터넷에 언제나 접속이 가능해졌고 기업이 제공하는 플랫폼을 통해 다른 디바이스나 시스템간의 서비스를 마음대로 공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플랫폼의 역할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소수의 사업자들이 웹 생태계를 주도하기에 이릅니다. 네이버∙구글∙페이스북 등의 플랫폼 사업자들은 간단한 회원 가입만으로 각종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였고 이용자들은 이러한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여 서로 소통하고 데이터를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웹 2.0 플랫폼 사업자들은 폭 넓고 질 좋은 웹 환경을 제공하는 대가로 이용자 데이터와 그 소유권을 가져 갔습니다. 일찍이 데이터의 가치를 알았던 기업들은 서비스 이용자의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그것을 활용해 창출하는 수익의 대부분을 독식하며 성장했습니다. 계속 쌓여가는 데이터는 기업의 거대 자산이 되었고 그 결과, 웹 2.0의 중앙집중화되고 폐쇄적인 플랫폼은 이용자를 쥐락펴락 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게 됩니다. 그 와중에 페이스북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 등이 터지면서 소수의 플랫폼이 수집, 관리하는 개인 정보의 가치와 중요성, 보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강화되는 추세에 있습니다.
웹 3.0은 1998년 팀 버너스리가 제안한 개념인 ‘시맨틱 웹(Semantic Web)’이 그 시작입니다. 시맨틱 웹은 '의미론적인 웹’을 뜻하는데 기계가 인간들이 사용하는 자연어를 이해하고 상황과 맥락에 맞는 개인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웹을 가리킵니다.
웹 2.0에 대한 문제 제기와 함께 떠오르기 시작한 웹 3.0은 ‘시맨틱 웹’과 ‘탈중앙화 된 웹’, 그리고 프로토콜 경제를 근간으로 하는 메타버스를 포함하게 됩니다. 따라서 지금의 웹 3.0은 시맨틱 기술을 활용해 개인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고 블록체인 시스템을 통한 탈중앙화와 데이터 암호화에 기반한 ‘개인의 데이터 소유’가 가능해진 새로운 형태의 웹 생태계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웹 2.0의 키워드 검색 기능은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찾기 위해 많게는 수십 페이지까지 넘겨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었지만 웹 3.0의 시맨틱 웹은 필요 없는 정보를 제거하고 사용자의 성향과 검색 목적에 따른 개인 맞춤형 정보를 신속하게 도출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개인 맞춤형 정보 제공이 가능할까요? 우리가 사과를 떠올리면 사과의 색상, 종류 등 관련된 여러 가지 정보가 함께 떠오릅니다. 이와 같이 사과에 대한 부수적인 정보를 메타데이터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 메타데이터들의 집합이 바로 온톨로지(Ontology)입니다. 컴퓨터는 온톨로지를 활용해 데이터를 개념적으로 연결하고 분석하는 과정을 거쳐 인간과 같은 지능적 사고를 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사용자의 검색 패턴을 분석하고 학습하여 개인 맞춤형 정보 제공이 가능해집니다.
웹 2.0에서 사용자 간 연결은 중개자 역할을 하는 플랫폼을 통해서만 가능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플랫폼의 권력이 막강해졌습니다. 이에 대한 반발로 등장한 개념이 바로 “탈중앙화 된 웹”입니다. 웹 3.0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인 “탈중앙화”는 블록체인 시스템을 통해 실현이 가능합니다.
블록체인은 중앙 서버없이 노드(Node)들이 자율적으로 연결되는 P2P(Peer-to-Peer) 방식을 기반으로 각 노드에 데이터를 분산 저장하는 데이터 분산처리 기술입니다. 블록체인에서의 데이터는 불특정 다수의 노드에 의해 관리되기 때문에 중앙관리자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웹 3.0은 개방적이고 분산화된 블록체인 플랫폼을 통해 데이터를 암호화하고 개인이 데이터를 소유할 수 있게 함으로써 중앙의 통제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지금 현재에도 DApp(탈중앙 어플리케이션), Defi(탈중앙 금융), DID(탈중앙 신원증명) 등과 같은 다양한 방식의 탈중앙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과거의 메타버스는 단순히 3차원으로 구현된 가상 공간이었지만 ICT(정보통신기술) 혁신이 더해지면서 웹 3.0에서는 가상과 현실이 융합된 디지털 세계로 진화했습니다. VR∙AR∙MR 기술의 발전은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고 NFT를 통해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 증명이 가능해지는 등 새로운 디지털 경제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메타버스는 경제, 사회 활동이 가능한 공간이자 웹 3.0이 제시하는 새로운 삶의 패러다임이며 많은 분야에서 사업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업종을 필두로 공공, 교육 등 거의 모든 분야에 메타버스 광풍이 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웹 3.0은 이상적인 유토피아 비전을 제시하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합니다. 과연 완벽한 탈중앙화가 가능할까요? 페이스북이 사명을 “메타(Meta)”로 바꾸고 메타버스 사업에 뛰어든 것처럼 웹 2.0을 주도하던 거대 기업들이 이제는 웹 3.0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탈중앙화가 가능한 블록체인 기술 개발도 거대 기업들의 주도로 이루어지는 실정입니다. 이 때문에 웹 3.0은 탈중앙화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중앙화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존재합니다. 뿐만 아니라 방대한 양의 데이터 처리 기술과 디바이스의 발전∙보급, 개인 정보 또는 데이터의 관리∙활용 방안, 관련 지식이 없는 일반인의 높은 진입 장벽 등 고려해야 할 사안들이 부지기수입니다. 데이터 주권을 회복하고 이용자들에게 수익을 돌려준다는 웹 3.0의 솔깃한 제안을 현실화한 블록체인 기반 SNS인 스팀잇(Steemit)은 오로지 수익만을 목적으로 하는 공간으로 전락했고 실패했습니다. 메타버스와 P2E(Play to Earn) 광풍이 불고 있지만 이 또한 중앙집중화된 웹 2.0의 서비스와 크게 다르지 않을 지도 모릅니다. 아직은 웹 3.0의 비전을 현실화하기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함은 물론 더 깊이 있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웹 3.0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블록체인, 인공지능, AR∙VR, 분산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의 기반 기술이 필요하지만 그것을 성공적으로 대중화하기 위해서는 사용성이 중요합니다. 웹 3.0 인프라 소프트웨어 개발사 램퍼(Ramper)의 공동 창업자인 시선 리(Sisun Lee)는 “블록체인을 처음 접한 사람들이 서비스를 사용하는데 처음 해야하는 것이 ‘지갑 연결(Connect Wallet)’이라면 사용자 유입은 힘들 것이며 지금과 같은 사용자 경험으로는 웹 3.0의 대중화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테라 네트워크의 생태계 개발을 담당하는 나탈리 루(Natalie Luu)는 “차세대 웹 3.0 서비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마찰 없는 사용자 경험이 필수다.”라고 했습니다. 아무리 좋은 목적과 의도를 가진 서비스라 할 지라도 지나치게 사용자 주도적이거나 복잡하다면 시장에서 외면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코인 지갑과 NFT 생성 및 거래, 메타버스 등 웹 3.0의 개념들은 이용자들에게 일정 수준의 학습을 요구하는 높은 진입 장벽을 쌓고 있습니다. 웹 3.0으로의 완전한 전환을 위해서는 웹 2.0에 익숙해진 이용자들이 쉽고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와 트위터의 잭 도시의 말대로 웹 3.0은 단순히 마케팅 용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웹 3.0이 중앙집중적이고 독점적인 웹 2.0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합리적 대안인 것은 분명합니다. 여러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와 기술 개발이 잇따르면서 웹 3.0으로의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변화와 발전은 한 순간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웹 1.0과 2.0이 그랬던 것처럼 거듭되는 실패와 성공을 통해 웹 3.0도 어느 순간 우리 삶의 일부가 되어 있을지 모릅니다.
웹 3.0은 우리 삶 전반에 변화를 가져다 줄 새로운 패러다임이며 반드시 다가올 미래입니다.
References
[1] https://www.singlegrain.com/web3/web-3-0/
[2] https://www.etoday.co.kr/news/view/2105145
[3] https://it.donga.com/101672/
[4] https://magazine.hankyung.com/money/article/202202143142c
[5] https://www.blockchai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9706
[6]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2515766632263648&mediaCodeNo=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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