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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의 투자 전략: 왜 한국이 아닌 일본인가?

세계 경제는 디지털화와 기술 혁신의 물결 속에서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원격 근무와 온라인 서비스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IT 인프라와 클라우드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었습니다. 특히, 글로벌 eCommerce 시장은 지난 3년간 두 배 이상 성장했으며,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분석 기술이 금융, 헬스케어, 제조업 등 다양한 산업에서 혁신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국가의 경제 성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며, 각국은 앞다투어 디지털 전환과 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AI,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의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글로벌 IT 기업들의 투자 방향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이러한 기술을 선도하는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 전략은 지역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보니 빅테크 기업들은 어느 나라에 투자할 것인지에 대해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3년 7월에 AWS가 인천 데이터센터 건설에 58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이래로, 한국에서는 이렇다 할 투자 소식이 더 이상 없습니다. 하지만, 2024년 1월, AWS는 일본 내 클라우드 인프라 확충에 15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로부터 2개월 후 4월에는 Microsoft가 29억 달러, Google이 10억 달러, Oracle이 80억 달러를 일본에 투자하겠다고 잇따라 발표합니다. 여기에 OpenAI는 도쿄에 아시아 최초의 오피스를 개소하겠다고 선언합니다. 이렇게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투어 일본에 투자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글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투자 환경을 통해 빅테크 기업들이 왜 일본을 선호하는지, 그리고 한국은 어떻게 글로벌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지 간략히 살펴보고자 합니다.

빅테크 기업들이 일본에 투자하는 이유

1980년대의 일본은 그야말로 리즈 시절이었습니다. 제조업에서 연속적으로 성공 신화를 거듭하며 전 세계 시가총액 1위를 기록하는 최대의 호황기를 누렸습니다. 그러나 1985년 9월 플라자 합의 후, 1990년대 버블이 붕괴하면서 경제와 사회 전반에 걸쳐 침체에 빠졌습니다. 이 시기는 정보 혁명이 처음 시작한 때로, 일본을 제조강국으로 이끈 전통적 장인 기술이 디지털 혁신을 이끄는 첨단 IT 기술과 충돌하며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인터넷, 모바일, 클라우드 등으로 이어지며 IT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는 동안, 일본은 새로운 세계적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고, 장기 불황까지 겹쳐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이를 '잃어버린 30년'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현재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으로부터 탈출을 시도하며, 디지털 전환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정부, 지자체, 기업이 상호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IT 산업에 대한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고, 지자체는 지자체대로 해외 기업 대상의 지원책을 제공하여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디지털 전환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필요한 규제 완화를 통해 해외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데 많은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2021년에는 ICT 등의 디지털 인프라에 24억 달러를 투자하고, 2023년에는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에 13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는 반도체 공급망의 안정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첨단 반도체 기술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것으로 비춰집니다. 여기에 발맞춰 일본 정부는 진정한 AI 및 데이터 기반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규제를 완화하고 있습니다. 2021년 5월에 204회 국회를 통해 '디지털 사회 형성 기본법 및 디지털청 설치법’을 제정하였고, 이듬해인 2022년 6월에는 디지털청을 통해 ‘디지털 사회 실현을 위한 중점 계획’을 발표하며, 디지털 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일본의 정치적 안정성과 법적 체계는 기업 활동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이는 기업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합니다.

일본은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 대국으로, 내수 시장이 비교적 크고 안정적입니다. Statista의 Market Insights에 따르면, 일본의 AI 내수 시장은 한국의 2.5배 규모입니다. 빅테크 기업들이 일본에 투자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시장 규모와 접근성이 상당히 매력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일본의 대표적인 투자기업이라 할 수 있는 소프트뱅크는 AI에만 매년 9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소프트뱅크의 핵심 목표는 AI 전용 반도체를 자체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센터를 세우는 것입니다. 소프트뱅크가 9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ARM을 통해 AI 전용 반도체를 개발하고, TSMC에 제조를 맡긴다는 야심찬 계획입니다. IT 전문 애널리스트들은 소프트뱅크와 같은 대기업의 대규모 투자와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일본의 기술력을 한층 더 강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graph img1 주요국 AI 시장 규모 (단위: 미국 USD 10억 달러 / 출처: Statista, 2024년)

AI 시장 규모 그래프

단위는 Billion USD

한국 2024년: 3.27, 2030년: 14.71

일본 2024년: 8.12, 2030년: 36.52

중국 2024년: 34.20, 2030년: 154.80

미국 2024년: 50.16, 2030년: 223.70

graph img2 주요국 생성형 AI 시장 규모 (단위: 미국 USD 10억 달러 / 출처: Statista, 2024년)

생성형 AI 시장 규모 그래프

단위는 Billion USD

한국 2024년: 0.71, 2030년: 7.06

일본 2024년: 1.31, 2030년: 12.97

중국 2024년: 3.15, 2030년: 31.12

미국 2024년: 11.66, 2030년: 115.20

과거에 IT 기술 적용은 늦었지만, 일본은 여전히 높은 수준의 기술력과 연구개발 환경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대학과 연구기관, 그리고 민간 기업들의 R&D 역량은 빅테크 기업들이 일본을 투자 대상으로 선택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일본의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배출되는 인재들은 세계적 수준의 연구와 개발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일본은 오랜 기간 동안 축적된 기술력과 교육 시스템을 바탕으로 우수한 인재를 양성해 왔습니다. 고급 기술 인력과 숙련된 엔지니어들이 많아 빅테크 기업들이 필요한 인재를 확보하기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합니다. 또한, 일본의 전통적인 제조업과 첨단 기술이 결합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협력 모델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빅테크 기업들은 일본의 제조 기술과 IT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할 기회를 만들려고 합니다. 이러한 협력은 상호 이익을 창출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한국의 도전 과제와 기회

한국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IT 기업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합니다. 또한, 네이버와 카카오는 AI와 빅데이터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국은 IT 강국으로서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만, 빅테크 기업들이 한국에 대한 투자를 주저하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한국은 높은 인건비와 복잡한 규제, 그리고 대기업 중심의 산업 구조 등이 항상 문제로 지적되어 왔습니다. 또한, 창업 생태계가 일본에 비해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못하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정부 차원의 창업 지원 정책과 디지털 전환을 위한 투자, 그리고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특히, AI와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의 성과는 주목할 만합니다. 한국 정부는 2024년 올 한 해에만 AI 산업에 2조 5천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하고, AI 인재 양성과 연구개발, 그리고 AI 기반 스타트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빅테크 기업들에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상하기 위해서 이러한 장점을 더욱 강화하고, 규제 완화와 창업 지원을 통해 투자 환경에 대한 개선 의지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실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AWS, Microsoft, Google, Oracle 등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는 일본의 전략적 인프라와 정책 지원, 시장 규모, 연구개발 환경, 전문 인력, 그리고 기술 협력과 파트너십이 유기적으로 결합한 복합적인 결과입니다. 한국은 이러한 요소들을 개선함으로써 더 많은 글로벌 투자를 유치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규제 완화와 창업 지원을 통해 창업 생태계를 성숙시키고, 첨단 기술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통해 한국은 빅테크 기업에 더욱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상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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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철
최성철 IT트렌드 전문가

삼성SDS 전략마케팅팀

Corporate Strategy & Business Development, and Customer Success L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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