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SCM의 첫 번째 전성기가 왜 왔는지 잠시 언급했습니다. 요약해보면 기업은 궁극적으로 정보·돈·물자라는 세 가지를 옮겨야 하는데, 인터넷과 모바일의 발전으로 정보와 돈의 흐름은 실시간이 되었습니다. 실물이 있는 물자는 아무리 빠르게 옮긴다고 해도 실시간 이동은 불가능하죠. 그래서, 당일 배송, 새벽 배송이 유행합니다. 방법은 두 가지지요. 커버할 공간을 줄이거나, 이동 수단 속도를 높이면 됩니다. 하나의 마을이나 도시를 대상으로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새벽 배송이 대표적이죠. 하지만 스마트폰을 그렇게 제한적으로 판다면 사업이 안 되겠죠. 그래서 배 대신 비행기로 실어 보냅니다. 그리고 공장을 판매하는 곳과 가까운 곳에 만듭니다. 두 가지가 합쳐지면 속도는 더 빨라지겠죠. 이렇게 공급망은 길어지고 복잡해집니다. 그 결과, 관리(Management)가 필요해졌습니다. SCM의 첫 번째 전성시대가 시작되죠.
방향은 공급망 내의 자원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방향성에 맞춰 공급망이 재편됩니다. 비용을 절감하면서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공급망을 구성합니다. 그것도 알고 지내던 협력업체나 고객이 아닌 전 세계에서 그 대상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그것을 해낸 세계 어딘가의 경쟁자에게 시장을 빼앗기게 되니까요.
전 세계로 공급망이 확대되면서 재고 관리가 중요해집니다. 국내에 위치한 공장 창고만이 아닌 전 세계에 위치한 공장과 물류 창고까지 관리의 범위가 늘어났고, 곳곳의 공장에서 보내진 물건이 고객에게 도착하기 전까지 배와 비행기, 트럭 안에 있는 재고까지 파악이 되어야 했으니까요. 그래서 지금까지 SCM이라고 하면 거의 조건반사처럼 재고와 비용 절감이 떠오르나 봅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다 보니 ‘글로벌 공급망’이 중요해집니다. 구매와 생산도 글로벌 차원에서 이뤄지게 됩니다. 공급망이 재편되고 나면 재편된 공급망을 자원의 효율적 활용이라는 방향으로 최적화해야 합니다. 공급망 재편과 최적화는 거의 동시에 일어나기도 하죠. 그래서 세계화로 인한 SCM의 첫 번째 파도가 닥쳤을 때, 가장 많이 언급되었던 용어가 ‘전체 최적화’입니다. 왜 최적화만 말하지 않고 전체 최적화를 얘기했을까요? 비용 절감과 재고를 줄이기 위한 부분 최적화는 세계화 전에도 기업에서 계속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세계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전 세계에 걸친 공급망이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과거에는 회사 vs. 회사의 경쟁이었던 것이 공급망 vs. 공급망 간의 대결로 바뀌었죠. 내가 속한 공급망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하느냐가 기업의 성공을 결정하게 된 겁니다.
전체 최적화는 두 가지 관점에서 이루어집니다. 먼저 그동안 각자의 운영 영역에서 개별적으로 최적화하던 것을 전체 운영 관점에서 최적화하는 작업이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 회사에 제한되었던 최적화를 공급사와 고객사, 나아가서는 공급사의 공급사, 고객사의 고객사까지 최적화 영역을 넓히는 것입니다. 전체 운영 관점의 최적화는 쉽게 얘기하면 회사 내 부서 간 최적화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부서 이기주의라는 말 많이 들어보셨죠? 어떤 행위가 자기가 속한 부서에는 이익이 되지만 다른 부서에 피해를 주고 회사 전체적으로 손실을 입힐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이상 규모가 되는 회사는 기본적으로 개발, 판매, 제조, 구매, 품질, 회계 등의 운영 영역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공급망의 뼈대가 되는 판매, 생산, 구매를 예로 들어 부분 최적화와 전체 최적화의 차이를 살펴보겠습니다.
판매는 제품을 팔고자 할 때 그 제품이 자기 손에 있으면 됩니다. 하지만 마법사가 아닌 이상 어떤 제품이 잘 팔릴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죠. 그렇다 보니 항상 재고를 넉넉하게 가져가고 싶어 합니다. 그중에서도 잘 팔리는 제품은 더 확보하고 싶어하죠. 그래서 때로는 과도하게 주문을 넣습니다. 반면 생산의 입장은 공장 효율이 중요합니다. 그러려면 생산성이 높은 제품을 쭉 생산하고 싶죠. 문제는 생산성이 잘 나오는 제품이 꼭 잘 팔리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두 영역을 각각 최적화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으시죠? 그래서 생산과 판매를 조율하는 생판회의(생산판매회의)는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데요. 이 회의는 어느 회사에나 있지만, 어떤 회사에서도 회의가 평화롭고 조용하게 끝나는 적이 별로 없다고 합니다. 판매는 하나라도 더 팔아야 하고 생산은 1퍼센트라도 생산성을 높이고 원가는 낮춰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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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5월 27일부터 ‘갤럭시 S6 엣지 아이언맨 에디션’ 예약 판매를 실시합니다. 갤럭시 S6 엣지 아이언맨 에디션은 마블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글로벌 최초로 한국에서 1000대 한정판으로 출시되는데요. 어벤져스 시리즈의 ‘아이언맨 슈트’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습니다. 후면엔 금색 아이언맨 마스크와 함께 0001부터 1000번까지 한정판(Limited Edition) 일련번호가 각인돼 소장 가치를 더했습니다. 기본 구성품과 함께 아이언맨의 상징인 ‘아크원자로’ 모양의 무선 충전기와 삼성 정품 클리어 커버가 포함된 특별 패키지로 구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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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마블 덕후들에게 의미 있는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중고 사이트를 보니 최근에도 비교적 높은 가격으로 거래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이벤트가 발표된 후 생산-판매 회의는 거의 전쟁터였습니다. 판매 증가를 위한 지원 부서인 마케팅팀에 새로 영입된 수장이 야심 차게 기획한 이벤트였다고 합니다. 해당 모델 출시 초기에 언론과 소비자의 이목을 집중시켜 메인 모델의 판매를 늘리겠다는 의도가 있었죠. 판매로서는 무조건 해야 하는 일이었지만, 생산 입장에서 보면 미치고 팔딱 뛸 노릇입니다. 그 이유는 밑줄 친 부분 때문이었죠. 새로운 모델을 출시하는 시점은 단기간에 대량의 제품을 만들어 내야 하는 시기입니다. 하루에 몇십 만대씩 찍어내야 하는 시기죠. 그런데 1,000대 한정 제품을 생산해야 하는 겁니다. 주력 판매 모델 사이에 1,000대라는 소량의 제품을 생산해야 하는 거죠. 생산성이 뚝 떨어지겠죠. 그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되었던 점은 1번부터 1,000번까지 일련번호를 각인하는 문제였습니다. 단 1,000대를 위해 전용 장비를 구매하고 설치하고 테스트해서 운영해야 했죠. 단 1,000대를 위해서 원가가 쑥 올랐겠죠.
생산과 구매 영역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생산은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지상 과제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의 자재가 적절하게 준비되어 있기를 원합니다. 많지도 적지도 않게요. 반면 구매 부서는 구매 원가를 낮추고 자재 부서는 원자재 재고를 적게 가져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선 상황에 따라 물량을 모아서 한꺼번에 내야 할 때도 있고, 재고를 줄이기 위해 생산이 원하는 날짜에 자재를 충당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애플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혁신적인 제품, 세련된 마케팅, 애플 스토어. 이런 것들일까요? 저는 애플 하면 ‘구매’가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그날 회의는 처음부터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구매 부서는 매년 원가절감 활동을 합니다. 절감 비율도 어마어마하죠. 그때 30퍼센트를 절감하라고 했답니다. 협력회사들은 반발하겠죠. 구매 부서 담당자는 협력업체의 사정을 얘기하며 30퍼센트는 어렵다고 소심하게 말했습니다. 그때 임원께서 한마디 하십니다.
“애플 반만큼만 해라.”
그 말을 전해 듣고, 저는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애플이 구매 단가를 후려치는 그런 후진적인 회사라니. 이런 생각을 한 거죠. 그런데 제가 잘못 생각한 겁니다.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전자제품은 구매품의 원가 비율이 70퍼센트 정도입니다. 구매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않으면 경쟁력이 사라지는 거죠. 문제는 단가는 낮추면서 품질은 유지해야 하는 것에 있죠. 단가를 낮추면 협력회사는 사양이 낮은 소재를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렇게 만들어진 부품이 생산에 투입되면 불량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거죠. 불량이 높아지면 생산성은 떨어지고, 원가는 올라가겠죠.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세계화로 관리해야 할 공급망이 길어졌죠. 거기다 잘하는 회사는 세계에서 가장 싸고 품질 좋은 공급업체를 찾아서 인건비가 싸고 판매처와 가까운 곳에 공장을 지어요. 그들이 어떻게 하든 나는 내 길을 가면 되지 않느냐고요? 고객이 싸고 좋은 물건을 두고, 우리 물건을 살까요? 과거에는 회사 대 회사의 대결이었는데 세계화 이후에는 누가 공급망을 효율적으로 구성했는지를 공급망과 공급망이 대결하게 된 겁니다.
그래서, 우리 회사를 중심으로 부품 공급회사, 고객사를 포함한 공급망 전체 관점의 최적화가 필요한 거죠.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공급사는 큰 의미에서 우리 회사의 구매 영역이고 고객사는 판매 영역이니까요. 우리 구매 부서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공급사 생산에 문제가 발생하면 우리에게 제때 원자재를 공급하지 못할 것이고 우리 회사 생산에도 연달아 차질이 벌어질 테니까요. 그리고 판매에 바로 여파가 가겠죠. 고객은 제때 제품을 받지 못하게 될 겁니다. 그래서 ‘전체 최적화’가 강조된 것이죠. 공급망 재편이 SCM 체계를 재구성하는 것이므로 공급망 재편과 공급망 최적화 부분은 앞에서 봤던 SCM의 본질이 되겠지요.
글로벌 환경에서 전체 최적화는 계획을 하나로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단일 계획(Single Plan)에 따라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생산 및 판매 기지를 운영하는 글로벌 운영(GOC, Global Operation Center)에 의해 실현됩니다. 한 회사가 하나의 계획으로 운영되는 것은 당연하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게 그렇지 않습니다. 하물며 한 가정의 주말 계획도 다 틀리잖아요. 아이들은 놀이동산 갈 계획을 하고, 엄마는 뭔가 교육적인 활동을 계획하고, 아빠는 소파와 합체할 계획이죠. 집도 이 모양인데 직원이 만 명이 넘는 글로벌 기업은 말할 것도 없죠. 전체 최적화 기반의 SCM 체계가 잡히기 전의 회사는 계획이 순차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했죠. 판매 계획이 먼저 수립되어야 생산 계획을 수립할 수 있고, 생산 계획에 따라 구매 계획을 수립하는 형태였죠.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얼마나 팔지 정해져야, 몇 개를 만들지 정할 것이고, 만들 수량이 정해져야 부품을 얼마나 사야 하는지 정해질 테니까요. 그런데 이렇게 순차적으로 하면 전체 계획을 한 판 만드는 데 긴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보통 월간 단위로 판매에서 구매까지의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시장이 국내에 한정되어 있을 때는 그래도 할 만했겠죠. 그런데 세계화가 되려면 이 계획의 대상이 세계에 흩어진 판매, 생산 법인까지 아울러야 합니다. 시간은 더 길어질 테고, 중간에 예상치 못한 변동이 발생하면 계획에 반영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졌죠. 그래서 단일 계획(Single Plan)이라는 개념이 대두됩니다. 마치 이어달리기처럼 순차적으로 이루어지던 계획을 컴퓨터가 한꺼번에 만드는 형태입니다
이것이 가능해진 데에는 컴퓨터 기술의 발전도 한몫했습니다. 엑셀로 각 영역에서 개별적으로 수립하던 계획을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 한꺼번에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모든 계획이 수립되는데 하루가 넘게 걸리기도 했습니다. 그 시간도 점점 줄어서 지금은 글로벌 기업도 모든 계획을 컴퓨터가 수립하는데 1시간을 넘기지 않습니다. 한 달이 걸려야 되던 일이 1시간으로 줄어든 셈이고, 그만큼 변동을 반영할 수 있는 유연성이 향상되었습니다. 계획이 수립되는 상세한 과정은 뒤에서 다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세계화로 인해 SCM이 주류가 되고 10년이 지나면서 ‘공급망 내 자원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공급망을 재편하고 전체 최적화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은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에서 상식이 됩니다. 그러면서 서서히 세간의 관심이 줄어들기 시작하죠. 하지만 이미 SCM 체계를 도입한 글로벌 기업과 규모가 큰 기업들은 끊임없이 그들의 SCM을 손보고 개선해 왔습니다. 이런 작업은 조용히 내부에서 이뤄지다 보니 SCM은 조용히 사라진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터미네이터는 그냥 죽지 않지 않았죠. SCM도 그랬습니다.
“I’ll be back.”
다음 편에서 SCM이 어떻게 돌아오는지 살펴보죠.
출처 : 현장 컨설턴트가 알려주는 공급망 관리(SCM) 성공 전략 (주호재 저)
+ 코로나19로 다시 주목받는 SCM(Supply Chain Management, 공급망관리)
+ 공급망은 있었지만 공급망 관리는 없었다
+ 십자가와 공급망 관리
+ 마법사는 SCM이 필요 없다
+ 공급망 관리(SCM: Supply Chain Management)의 기본 원리
+ 공급망 관리(SCM: Supply Chain Management)의 본질
+ 공급망 관리(SCM)의 여러 얼굴
+ SCM 프로세스란?
+ 공급망 시스템의 본질 - 통제와 유도 (1)
+ 공급망 시스템의 본질 - 통제와 유도 (2)
+ 큰 비용을 들여서 회사 시스템을 구축하는 이유 - 통제와 유도(3)
+ 다시 주목받는 SCM
+ 비즈니스는 세 가지를 옮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