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는 리모컨으로 채널을 바꿔가며 조작하고, 세탁기는 버튼을 눌러서 동작시킨다. 컴퓨터는 이보다 복잡하다. 윈도우 운영체제를 통해 화면에 나타난 이미지나 아이콘, 메뉴를 마우스로 클릭해 가며 사용한다. 또한, 엑셀, 파워포인트 그리고 포토샵 등의 프로그램은 사용 방법을 배워야 이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 앱 역시나 손가락으로 터치를 해가면서 화면에 나타난 메뉴와 앱의 사용법을 알아야 작동할 수 있다. TV만큼 작동 방식이 쉽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금세 사용할 수 있을 만큼 간편한 것도 아니다. 태어나기 전부터 컴퓨터, 태블릿, 스마트폰이 있는 디지털 세상이었던 20세 이전의 세대는 어려움이 없겠지만, 노년층이나 장애인은 별도로 배우지 않으면 사용하기 어렵다. 또, 디지털에 능숙한 20대라 할지라도 동영상 편집 툴인 캠타샤나 이미지 편집기인 포토샵을 능숙하게 다루긴 어렵다. 또한, 엑셀은 20년간 컴퓨터를 사용하던 사람이라도 매뉴얼을 보며 함수 사용법 등을 숙지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다. 그런데, 챗GPT를 가능하게 한 AI 모델인 LLM은 우리의 기기, 소프트웨어, 인터넷 서비스 사용에 획기적인 개선을 만들어 줄 것이다.
챗GPT를 가능하게 한 기술은 LLM이라고 부르는 새로운 AI 모델이다. 인류 문명 속에서 기록된 언어와 웹에 공개된 수많은 데이터를 통해 학습한 AI가 LLM이다. 챗GPT는 오픈AI라는 기업이 웹과 앱을 통해 서비스하는 대화형 챗봇 서비스로, GPT-3.5라는 LLM을 통해 구현되었다. 지금은 GPT-4라는 한 단계 진화된 AI로도 서비스되고 있다. 챗GPT가 단기간에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사용 방법이 초등학생도, 할아버지도 바로 즉시 이용할 수 있을 만큼 편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챗GPT의 사용이 쉬운 이유는 LLM으로 구현된 이 서비스는 사람의 말을 잘 알아듣기 때문이다. 인간의 언어로 학습한 AI다 보니 사람 말을 잘 알아듣는다. 그래서, 챗GPT는 카카오톡의 대화창처럼 AI와 대화하는 챗봇 화면을 통해서 필요한 정보나 요청할 내용을 자연어로 입력하면 결과물을 보여준다. 필요한 것을 요청하면 요구에 맞는 정보나 데이터, 과제를 실행하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사용법이 쉬운 것이다.
컴퓨터는 키보드와 마우스로, 스마트폰은 손가락으로 조작했다면 LLM 기반의 서비스는 글로 말로 작동시킬 수 있다. 그렇다 보니 특히 메타버스와 같은 입체적인 공간에서의 조작법이 어려운 경우 LLM 기반의 AI agent(PDA : Personal Digital Agent)가 마치 아이언맨을 도와주는 자비스와 같은 역할을 해줄 수 있다. 챗GPT로 인해 달라진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컴퓨터와 같은 기계 그리고 각종 소프트웨어와 인터넷 서비스의 사용을 더욱 편리하게 해주는 대화형 UI라는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가능하게 해준 것이다. 일례로, 키오스크에 LLM이 적용되면 화면에 나타난 여러 메뉴를 눌러가며 원하는 음식, 음료를 주문하지 않아도 그냥 키오스크 앞에서 원하는 것을 말하면 화면에 우리가 주문한 내역들을 보여주고 즉시 주문할 수 있도록 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챗GPT가 보여준 것은 서비스를 사용하는 새로운 사용자 인터페이스이다. AI에게 필요한 것을 우리의 언어로 요청하면 AI가 대신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를 작동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어디서든 AI를 불러 필요한 것을 요청하면 자동으로 우리 요구사항에 맞는 것을 수행해 주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것을 도처에 컴퓨터가 있다라는 개념의 유비쿼터스, 조용히 컴퓨터가 알아서 작동된다는 앰비언트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 기술의 핵심에 AI가 있다. LLM이 사용자 컨텍스트와 주변의 인터넷에 연결된 모든 장치와 컴퓨터 등을 연결해서 자동으로 작동되고 운영되는 것이 궁극적인 미래의 모습이다.
이미 구글은 PaLM이라는 LLM을 로봇에 접목해서 보다 지능적으로 작동되는 로봇을 연구하고 있다. 이 로봇에 '벽에 액자를 달려고 하니 장비 좀 챙겨와'라고 명령을 내리면 액자를 걸기 위해 필요한 못과 망치를 알아서 가져다준다. 만일 망치가 없다면 망치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벽돌이나 단단한 물체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기존의 로봇 시스템에서는 일일이 명령을 내려야 하는 것은 물론 망치가 있는 서랍의 위치와 서랍을 열라는 명령에 이르기까지 중간중간의 과정에 대한 지시를 개별적으로 해야 한다. 하지만, LLM이 로봇에 적용되면 주변의 환경을 인식하고 이를 언어로 해석 후, 최종목표 수행을 위해 필요로 하는 것을 알아서 구분해 정의하고 이를 수행해 준다.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MR과 연동되어 작동되면 인터넷에 연결된 IoT들을 좀 더 직관적으로 작동시킬 수 있는 Virtual switch를 각각의 기기 위에 띄워서 음성이나 손짓만으로 작동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에어컨을 쳐다보면 자동으로 에어컨의 온도나 바람 세기를 조작할 수 있는 스위치가 나타나고, 스피커를 바라보면 스피커에서 재생되는 음악을 선곡하고 볼륨을 조절하고, 음 소거를 하는 가상의 버튼이 나타나 즉각 조작할 수 있다. 그렇게 집안의 전자기기들을 인식하고 각 기기의 작동 상태와 그간 동작한 이력 데이터를 기반으로 LLM이 사용자 의도에 맞게 이들 기기들을 작동해 보다 편리한 스마트홈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줄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Microsoft는 코파일럿이라는 기능을 Microsoft Office에 도입했는데 이 기능을 사용하면 문서 작성 툴인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를 보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코파일럿을 호출해서 필요로 하는 것을 지시하면 자동으로 소프트웨어가 작동되어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일례로, 워드의 코파일럿을 통해 '엊그제 회의록 문서와 지난주 정리한 사업 전략안의 내용을 분석해서, 전략안에서 수정 보완해야 하는 과제와 문장을 체크해서 문서로 만들어'라고 하면 해당 문서가 자동으로 생성된다. 파워포인트의 코파일럿에 '어제 정리한 마케팅 기획안 워드 문서를 발표하기 적합한 파워포인트 문서로 생성해'라고 하면 워드 문서가 파워포인트로 만들어진다. 또한, 그렇게 만들어진 파워포인트 문서의 페이지 수를 더 늘리거나, 더 줄일 수 있다. 또한, 엑셀에서 코파일럿을 통해 '작년 한 해 회사 재무제표에서 회사 매출에 가장 크게 기여한 TOP3 상품과 이 상품의 이익률을 월별로 정리해 표로 만들고, 각 유통 채널별 영업이익률을 분기별 그래프로 표시해'라고 명령을 내리면 엑셀을 통해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다. 직접 키보드와 마우스로 자료를 Copy하고 함수를 호출하고 그래프를 생성하는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우리가 사용하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그리고 인터넷 서비스에 LLM 기술을 활용해 대화형 UI로 서비스하는 것은 이제 점차 범용화되어 갈 것이다. 이미 익스피디아, Instacart, 모건스탠리 등 여러 인터넷 서비스와 앱에는 챗GPT가 도입되어 검색보다 더 편리하게 상담으로 여행 상품과 쇼핑, 금융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국내에도 여행 사이트인 마이리얼트립, 교육 서비스인 엘리스, 신차 구매 쇼핑 겟차, 세금 서비스인 삼쩜삼, 핀테크 서비스 토스 등에서도 챗GPT를 도입해 AI에게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요청하면 해결해 주는 기능을 도입하고 있다.
그렇게 LLM은 기존 서비스들의 사용자 경험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주고 있다. 또한, LLM을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시장 창출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챗GPT고 그 외에도 사진을 생성해 주는 미드저니, 다양한 페르소나의 역사적 인물이나 만화, 영화 주인공과 대화할 수 있는 캐릭터.AI나 친구처럼 고민을 이야기하며 상담하는 Pi가 있다. 국내에도 wrtn이라는 서비스가 광고 카피 문구나 보도 자료, SNS 마케팅을 위한 문구 등을 생성해 주는 Gen. AI 서비스의 대표 주자이다. 또한, 이런 수많은 생성형 AI 서비스들을 한 곳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슈퍼 앱도 주목받고 있다. 사실 챗GPT가 외부의 인터넷 서비스를 챗GPT 내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 플러그인, 펑션콜 등의 기능을 고도화하고 있다. 이렇게 점차 많은 서비스를 통해 우리는 LLM을 만나게 될 것이다.
마치 스마트폰의 앱스토어 덕분에 수많은 앱이 나올 수 있었던 것처럼 챗GPT를 가능하게 해준 LLM 기술 덕분에 앞으로 다양한 상담형 챗봇 AI 서비스들이 출시되는 과정에 이들 LLM을 쉽게 사용해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인프라, 솔루션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다. 즉, 클라우드 위에서 LLM과 이 AI를 보다 안전하고 비즈니스 도메인의 특성에 맞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부수 솔루션들을 제공하는 것이 앞으로 중요시되고 관련 시장이 커질 것이다. LLM을 비즈니스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파인튜닝, Saefty 필터링 그리고 ReAct(추론 기능)를 위한 랭체인이나 AutoGPT 등이 중요하다. 더 나아가 여러 LLM을 구미에 맞게 사용하는 MoE(Mixture of Expert)도 중요하며 사용자와의 대화 이력이나 프로필 정보 등의 데이터를 저장하는 벡터 데이터베이스 등도 부각될 것이다.
이렇게 LLM 주변부의 다양한 솔루션들이 클라우드 위에서 구미에 맞게 선택되어 사용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LLMaaS이다. 또한, LLM을 도입한 기업들이 이를 더 유용하게 사용하고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을 FMOps라고 부른다. 이런 인프라와 솔루션은 앞으로 클라우드를 통해 제공될 것이고, MCP 사업자들은 고객들에게 이같은 AI를 보다 안전하고 강력하게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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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 테크라이터
기술이 우리 일상과 사회에 어떤 변화를 만들고, 기업의 BM 혁신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과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