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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작품, 어디까지 저작권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챗GPT를 필두로 빠르게 성장해온 생성형AI는 현재 전례없는 전성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생성형AI를 활용해 글, 이미지, 음악, 영상 등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들을 무수히 찍어내고 있죠. 그런데 이렇게 AI가 만든 콘텐츠에 대해 한 가지 해결하기 어려운 논란이 존재합니다. 바로 ‘저작권’입니다. 인간이 만든 콘텐츠에는 저작권이라는 게 적용됩니다. 따라서 다른 사람이 무단으로 해당 콘텐츠를 사용하거나 2차 저작물을 만들어낼 수 없죠. 그러나 AI가 만든 콘텐츠에는 어떻게 저작권을 적용해야 할지 난해합니다. AI 개발사에 저작권이 있는 걸까요? 아니면 AI를 활용해 콘텐츠를 제작한 사람에게 저작권을 줘야 맞는 걸까요? 혹은 콘텐츠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학습한 다른 데이터의 소유주에게 저작권이 있는 걸까요? 그것도 아니면 AI가 저작권을 가져야 하는 걸까요? 이번 콘텐츠에서는 이와 같은 AI 저작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관련 법규가 있는지, 또 외국에서는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등의 내용들을 살펴보겠습니다.

AI 작품, 국내서 저작권 인정받은 사례 나왔다

지난해 12월 우리나라에서 생성형AI로 제작된 영화가 부분적으로 저작권 인정을 받았습니다. '나라지식정보'라는 회사의 산하 영화 제작사 '나라 AI필름'이 제작한 영화('AI수로부인')인데요. 다만 기존 저작권의 개념이 아닌 ‘편집저작물’이라는 개념으로 인정을 받았습니다. 원래 있던 저작물이나 부호, 문자, 음성, 음향, 영상, 그 밖의 자료 등 소재들을 묶어 놓은 것을 편집물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편집물 중 소재의 선택이나 배열 또는 구성에 창작성이 있는 것을 편집저작물이라고 합니다. 즉 영화 자체에 대해 저작권을 인정받은 게 아니라 이미지, 영상 등을 배열한 부분에 대해서만 저작권을 인정한 거죠.

AI가 만든 영화 AI 수로부인 감독 심은록 제작사 NARA AI FILM 박송묵 편집감독, 영상책임 박수연, 음향책임 노지윤, PM 손지호, '나름(NA-LLM) 개발자 이규민, SD 파인튜닝 박예인, 홍보 및 마케터 신난타
AI 수로부인 (출처: 나라지식정보 홈페이지 - ‘https://narainformation.com/’)

그런데 해당 영화는 어떻게 제작되었길래 저작권을 인정받을 수 있었던 걸까요? 우선 하나의 AI 프로그램이 아니라 여러 개의 AI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시나리오를 작성할 땐 GPT-4, 네이버의 클로바X 등 대형언어모델(LLM)의 도움을 받았고요. 이미지를 만들 땐 미드저니, 스테이블 디퓨전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영상을 제작할 땐 젠2, D-ID의 도움을 받아습니다. 영상 사운드는 사운드로우라는 툴을 활용해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영상에서 흘러나오는 등장인물의 목소리는 네이버 클로바더빙을 활용해 제작했습니다. 영화 제작 전 과정에 AI가 참여한 거죠. 다만 영화 제작사인 나라지식정보는 어디까지나 주로 창작하는 주체는 제작사 측이고 AI는 도구로만 활용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작 영화 제작 중 중요한 과정인 편집과 미세 조정은 모두 나라지식정보가 수행했죠. 따라서 AI가 제작한 이미지, 영상 등에 대해서는 저작권을 인정받지 못하고 그러한 요소들을 배열한 것에 대해서만 인정받은 거죠.

국내 AI 저작권 가이드라인은?

그렇다면 실제로 저작권을 인정하는 기관인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는 AI 작품에 대해 어떤 저작권 가이드라인을 수립했을까요? 저작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저작권법상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의미(저작권법 제2조 제1호)합니다. 즉 인간이 아닌 AI가 만들어낸 산출물에 대해서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거죠. 저작물을 만든 ‘저작자’ 역시 ‘저작물을 창작한 자’라고 정의(저작권법 제2조 제1호, 제2호)하고 있습니다. 즉, 자연인만이 저작자가 될 수 있다고 못을 박은 건데요. 여기서 자연인은 출생에서 사망까지 권리나 의무의 주체를 뜻하는데, 쉽게 말해 생물학적 육체를 가진 인간을 의미합니다. 다만 AI 작품에 인간이 창작성을 부가함으로써 저작물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저작자 내지 저작권 귀속에 대한 논의가 가능합니다. 또한 AI 작품에 인간이 수정, 증감 등 창의적으로 ‘추가 작업’을 하여 추가 작업한 부분만으로 저작물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저작권 등록이 가능합니다. AI 작품 자체는 등록할 수 없더라도 AI 작품 내 요소들을 선택하고 배열한 것에 창작성이 있으면 ‘편집저작물’로 등록이 가능하고요.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그림 작품을 만든다고 할 때 미드저니와 같은 생성형 AI 도구를 사용해 스케치를 완성하고 이후 채색이나 마무리 단계에서 인간이 참여한다면 저작물로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이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했고 그 과정에서 창작성 또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작권법으로 보호될 수 있는 영역은 인간이 채색 등을 통해 추가로 작업한 부분에 대해서만 한정됩니다.
이러한 가이드라인 해석에 따르면 저작권 인정 여부에 있어서 첫 번째로 ‘창작성’이 중요하게 여겨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AI수로부인 영화의 저작권을 인정한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도 ‘인간이 AI 작품에 추가적으로 이미지 등을 선택, 배열, 구성한 부분’에 대해서만 창작성을 인정하여 영상저작물이 아닌 편집저작물로 저작권이 등록된 것이라고 했습니다. 즉 AI가 제작한 이미지, 영상, 사운드도 창작성이 들어가는 부분이기 때문에 저작권 인정이 되지 않고 인간이 직접 참여한 요소들의 배열, 편집 과정만 저작권으로 인정을 한 거죠. 두 번째로 ‘기여도’도 중요하게 고려되고 있습니다. 영화 전체적인 과정에서 AI가 주가 되어 참여했다면 저작권을 인정받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작 과정 중 매우 중요한 배열, 편집 과정은 인간이 담당하면서 해당 부분에 대해서 저작권을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이 부분 역시 창작성이 들어가는 부분이고요.
이를 정리하면 저작물로 인정받기 우위선 인간이 추가로 참여하는 부분이 있어야 하고 해당 부분에서 창의성이 발현되어야 합니다.

해외에서는 어떨까?

위 가이드라인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는 AI 작품이 저작물로 인정받은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해외는 어떨까요? 역시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요. 대부분의 AI 작품들이 저작권 불인정을 받고 있는 와중에, 지난해 초 일부 부분에 대해 제한적 인정을 받은 사례가 미국에서 나왔습니다. 미드저니를 활용해 일러스트레이션을 만들고 이를 작품에 넣어 ‘새벽의 자리아(Zarya of the Dawn)’ 라는 그래픽노블이 제작된, 제법 유명한 사례입니다. 새벽의 자리아는 2022년 9월 처음 저작권 등록을 신청하고 승인을 받았는데요. 이후 미국 저작권청(USCO)이 작가가 미드저니를 사용한 것을 알고 등록에 대한 재검토를 시작했고 2023년 최종 결정에서 텍스트와 이미지의 선정 및 배열만을 포함하는 등록으로 제한했습니다. 즉, 작품 자체에 대해서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고 AI로 만든 이미지, 텍스트들을 선택, 배열, 조정한 것에 대해서만 인정한 거죠. 우리나라의 AI수로부인 사례와 비슷한 판결이 나온 겁니다.

1 KASHTANOVA, MIDJOURNEY ZARYA OF THE DAWN
새벽의 자리야 이미지 (출처: AI코믹북스 - ‘https://aicomicbooks.com/book/zarya-of-the-dawn-by-kristina-kashtanova-download-now/’)

대부분의 나라들이 AI 작품의 저작권 인정을 불허하는 반면 중국에서 최초로 저작권을 인정한 사례가 나왔습니다. 지난해 12월 베이징 인터넷 법원이 중국의 한 블로거는 콘텐츠 공유 플랫폼에서 무단으로 이미지를 가져온 후 '스테이블 디퓨전'이라는 AI툴을 활용해서 여성의 이미지를 만들어 SNS에 올렸습니다. 해당 여성의 이미지의 소유자가 이를 발견하고 고소했지만, 중국 법원은 AI 이미지는 고유한 창작물이라며 피고에게 소유권이 있다고 판결했죠. 대신 이미지 무단 사용에 대한 대가로 손해배상금 500위안(약 9만1000원)과 법원 수수료 50위안(약 9100원)만 지급하라고 명령했고요. 법원은 AI 이미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입력한 프롬프트와 매개변수에 지적 투자가 들어갔다고 봤으며 이미지의 독창성을 위해 미적인 선택과 판단을 한 것을 반영했다고 밝혔습니다. 아무리 AI툴을 활용해 만든 작품이라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프롬프트 작성, 매개변수 설정 등 인간의 개입과 노력이 들어갔기 때문에 독창성이 있다고 본 겁니다.
이 사례는 세계적 추세와 반대로 가는 다소 이례적인 사례인데요. 대부분의 국가들이 AI 작품 자체에 대해서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 와중에 작품 자체의 저작권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오면서 향후 국가 간에 세계 AI 저작권 인정 방향성이 어긋날 수도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마치며

앞으로 수많은 AI 작품들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AI 작품의 저작권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미국을 중심으로 AI 작품에 대해서 대체로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왔습니다. 인정하더라도 일부만 인정을 해왔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고요. 다만 앞서 살펴본 중국 사례와 같은 예외가 발생하면서 AI 작품 저작권에 대한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향후 또 다른 저작권 인정 사례가 발생할 것인지 발생한다면 저작권 가이드라인의 방향이 달라질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참고 자료
https://www.copyright.or.kr/information-materials/publication/research-report/view.do?brdctsno=52591#
https://www.copyright.or.kr/notify/press-release/view.do?brdctsno=52575
https://www.korea.kr/multi/visualNewsView.do?newsId=148927815
https://www.idail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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