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기후 위기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는지 오래다. 이상 기온으로 여름에 눈이 내리고, 겨울에도 폭염이 지속되는 것은 애교이고, 빙하가 녹고 홍수로 인해 육지가 물바다가 되는 일이 종종 뉴스에 보도된다. 지구 온도가 오르고 있다는 소식과 전 세계 과학자들의 경고가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투자자도 기업도 나서서 지구 환경을 위한 규제와 자정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전 지구적으로 정부들이 협력을 통한 규약을 맺거나 투자자와 대기업들이 재무적 수단과 기업 전략에 반영하는 노력이 실질적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선언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선언을 실제 이행할 수 있도록 해주는 솔루션들이다. 몸이 아프고 병이 생길 것 같아, 운동을 하고 금주와 금연을 하려는 결심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를 실제 실행하는 과정에서의 금단 현상을 최소화하고 적절한 약을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처럼 각국 정부와 기업들의 선언만으로는 해결되는 것이 없다. 이의 이행을 위한 솔루션이 필요하고, 바로 그 솔루션으로서 IT 기술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해지고 있다.
2015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제21차 유엔 기후 변화 협약 당사국 총회 본 회의에서 195개 당사국이 참여해 채택한 협약이 파리 기후 협약이다. 파리 협정은 마감 시점 없이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에 비해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하고, 모든 국가가 이산화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구체적인 온실가스 목표를 정하고 실천하자는 협약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은 2020년 1월 투자자들과 기업 CEO들에게 앞으로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투자 결정의 기준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기후 변화로 인한 리스크를 장기적 투자 리스크로 보고 투자 결정 요인으로서 지속 가능성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이다. 거기에 전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코로나19라는 세계적 유행병은 더욱더 정부와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요구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이후 전 세계적으로 ESG(Environmental 환경, Social 사회, Governance 지배 구조) 경영전략이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그런데, 사실 정부와 투자 펀드의 움직임 이전에 기업들의 자성도 큰 몫을 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무는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필수 요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전 세계에 불어닥친 코로나19 세계적 유행병은 전 세계 시민들에게 두려움을 안겨주었고, 그로 인해 국가와 기업에 안전과 지속 가능한 사회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 그렇다 보니 기업이 이윤만을 목적으로 사회의 안녕과 의무를 도외시하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게 된다. 코로나 기간 중 마스크를 사재기하고, 재고를 쌓아 둔 채 폭리를 취한 유통사와 면역력을 향상해 준다는 거짓 홍보로 건강식품을 판매한 식품회사 등은 소비자들의 철저한 외면을 받았다. 반면, 구글과 애플 그리고 카카오와 네이버 등에서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QR 인증이나 백신 접종 확인증 그리고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원격 수업과 비대면 근무를 위한 도구 지원 등은 큰 호평을 받았다. 물론 이들 기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와 믿음은 고스란히 사업의 지속 성장에 직접적 도움을 주었다.
근대 사회를 넘어 정보 사회가 되면서 문명은 그 이전만큼 높은 성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즉,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면서 기업의 끝도 없는 이윤 창출과 규모 확장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그런 시대에 갈수록 기업에 사회적 책임과 윤리 경영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그렇다 보니 기업 경영에서 ESG(환경, 사회, 지배 구조)는 단순한 유행이 아닌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다. 이는 기업이 단순히 이윤 추구를 넘어 사회적 가치에 기여해야만 지속 가능하다는 시대 정신의 요구이다. ESG 경영의 핵심은 지속 가능한 개발과 환경 보호, 사회적 책임, 투명하고 책임 있는 지배 구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의 장기적 성장과 브랜드 가치, 투자자들의 관심을 증가시키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런데 기업이 이윤을 도외시한 채 사회적 가치만 추구하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 물론, 사회적 가치를 추구한다는 것과 이윤을 만든다는 것이 서로 상충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이윤 창출은 가능하다. 하지만, 오직 이익 실현이라는 목적에 최적화된 기업과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시민 사회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에 한 표를 던진다고 해도 그 기업이 제조하고 판매한 제품을 가성비에 무관하게 구입할 리는 만무하다. 그 지점에서 기업의 고민은 시작된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이 승승장구하는 것의 전제는 그 기업의 제품이 경쟁사들 제품 대비 부족함이 없어야 한다. 그런데,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면서 경쟁사들과 비교 우위의 제품을 생산해 더 비싸지 않은 가격에 판매한다는 것은 이중고로 2배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노력에는 비용이 들어간다. 그 비용을 효율화하고 최소화해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그 지점에서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
2008년 유럽의 웹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프랑스 파리를 방문한 칼라닉이라는 청년은 택시를 잡지 못해 오랜 시간 지체해야 했다. 그는 당시 막 보급되기 시작한 아이폰에 택시를 호출하는 앱을 만들면 편리하겠다는 생각했다. 그가 바로 우버의 CEO였다. 우버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교통수단이 불편한 미국에서는 큰 인기를 끌었을 뿐 아니라 전 세계의 택시 시장을 뒤흔들어 놓았다. 대도시에서는 늘 택시를 잡기 힘들고, 요금도 비싸다. 택시가 언제 도착할지도 모르고 하염없이 택시를 기다리는 것도 불만이고, 택시의 불친절함과 목적지까지 가는 경로에 대한 이견으로 불쾌한 경험으로 가득 차 있던 것이 기존 택시 교통의 문제였다. 또한, 빈 택시로 다니는 차량이 많을수록 시내 교통은 더 복잡하고 이동 시간이 지체되는 것도 문제다. 그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우버라는 앱은 신기원을 이루어냈다. 이후 동남아시아의 그랩, 중국의 디디추싱 그리고 한국의 카카오T 등이 교통 시장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택시 이용의 한계와 문제는 아이폰 등장 이전에는 없었던 것일까? 그 훨씬 이전부터 그런 이슈는 있었지만 그것을 해결하는데 비용이나 실행의 간극으로 감히 해결할 엄두조차 못 냈다. 하지만, 아이폰 덕분에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스마트폰의 GPS는 택시와 승객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주었고, 생체 인증은 결제를 손쉽게 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런 모바일 기술 혁신이 기존에는 생각할 수조차 없던 것을 가능하게 해주었을 뿐 아니라, 기대 이상의 품질임에도 기대 이하의 비용으로 개발, 운영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즉, 사회적 가치와 이윤 추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기술 혁신은 필요충분조건이다.
그렇게 디지털 기술은 사회적 가치 실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분석은 기후 변화와 같은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사물인터넷 기술은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자원 낭비를 줄이는 데 기여한다. 블록체인 기술은 공급망 관리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지속 가능한 소비를 촉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 활동에 필수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그렇게 기업의 ESG 경영을 위해 우리는 어떤 기술을 활용해야 할까? 그것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지에 따라, 기업의 투자 여력에 따라, 어떤 영역에 적용하는지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공통으로 적용되는 범용 기술은 있다. 바로 클라우드와 데이터 그리고 AI이다. 어떤 산업이든, 무슨 비즈니스이든, 어디에 적용하든, 그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이 3가지 기술은 핵심이다.
경영 관리의 구루 피터 드러커는 '측정할 수 없다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다.’라며 계량화의 중요성을 말했다. ESG 경영 역시 마찬가지다.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을 말로만 선언하지 않고 실행하면서 관리하려면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적 가치를 얼만큼 실현했고, 어떤 비용이 들었는지, 이윤 추구와 함께 병행하는 과정에 효율화가 가능한지를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측정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게 기업 경영의 모든 지표는 측정할 수 있어야 하고, 그렇게 측정된 지표는 데이터로 저장되어야 한다. 그런 데이터가 클라우드에 쌓여야 이를 분석할 수 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 것처럼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들을 분석하지 않으면 활용할 수 없다. 그렇게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에 AI는 필수이다. 사람이 모두 일일이 분석할 수 없기에 측정된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수집해서 AI로 분석할 수 있어야 관리할 수 있고 그래야 개선이 가능하다.
즉, 기업이 ESG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술의 적극적인 활용이 필수이고 그 과정에 범용 기술로서 클라우드, 데이터, AI는 필수이다. 예를 들어, 클라우드 컴퓨팅과 빅데이터 기술은 에너지 사용 최적화와 지속 가능한 자원 관리에 기여한다. AI와 머신러닝은 신재생 에너지의 효율적 관리와 배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기술들은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고, ESG 목표 달성을 위한 효율적인 경로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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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 테크라이터
기술이 우리 일상과 사회에 어떤 변화를 만들고, 기업의 BM 혁신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과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