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이 새로운 시대의 기준이 되면서 소비자 데이터를 잘 분석하면 고객의 특성·선호, 심지어 고객 자신도 알지 못했던 잠재적 니즈까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장의 마케터들은 이에 대해 복잡한 감정이 생긴다고 말합니다.
글로벌 디지털마케팅 매체인 클릭Z(Click Z, www.clickz.com)가 2019년, 500명의 마케터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마케팅 퍼포먼스 최적화를 위한 데이터 분석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46%가 데이터 품질과 정확도 부족을, 31%는 분석할 데이터가 너무 많음을, 28%는 데이터가 파편화되어 통합이 어려움을 꼽았다고 합니다. 즉 데이터는 많은데 분석할만한 양질의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현실을 대변하듯 고객별로 통합된 데이터를 분석·관리하는 것에 의미를 둔 Single Customer View 개념이 몇 해 전부터 디지털마케팅 업계에서 다시 조명받고 있습니다. 사실 '통합된 고객정보 관리' 키워드가 등장한 것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닙니다. 90년대에 뜨거운 화두였던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고객관계 관리) 역시 다양한 고객정보를 통합하여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그렇다면 CRM과 Single Customer View는 어떻게 다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Single Customer View와 달리 CRM은 수많은 채널에서 생성되는 고객 데이터를 바로 수집하고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CRM이 컨설팅 업계에 화두가 되던 시절에는 고객접점 채널에서 생성되는 데이터 양이 지금보다 훨씬 적었습니다. 또한 온라인 중심으로 데이터가 취합되는 현재와 달리 오프라인에서 수집되는 경우가 많아 데이터 처리에 대한 요구수준이 낮았습니다. 이에 반해 Single Customer View의 데이터는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고객의 구매여정에 따라 다양한 디지털 환경을 수용하면서 고객에게 즉각 반응할 수 있도록 마케팅 자동화 플랫폼과도 연동되어야 합니다. 발상의 뿌리는 CRM과 같을지언정 실제 구현 수준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르고 복잡합니다.
고객 데이터의 통합 움직임은 디지털 광고·마케팅 영역에서 가장 먼저 나타났습니다. 온라인 중심의 마케팅 활동이 활발해지고 구글, 페이스북 등 성과 측정이 가능한 매체가 증가함에 따라 어떤 크리에이티브를 어느 매체에 노출시킬 것인지만큼이나 내 광고에 반응할 고객을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가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이같은 디지털 마케터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2000년대 후반부터 DMP(Data Management Platform, 데이터관리 플랫폼)가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DMP는 기업이 자체 보유하는 퍼스트파티(First-party) 데이터뿐 아니라 제휴나 거래로 획득한 세컨드파티(Second-party) 데이터와 다양한 소스로부터 수집된 데이터 세트이자 구매가 가능한 써드파티(Third-party) 데이터를 통합해 광고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타깃 고객군 선정을 목표로 합니다. 한편 DMP는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는 세컨드·써드파티 데이터 의존도가 높다는 점, 고객 개인이 아닌 익명의 소비자군까지만 분석 가능한 점, 데이터 활용 자체가 디지털 광고 효율 개선에 맞춰 설계된 점 등으로 인해 마케팅 고객데이터 관리를 위한 주력 플랫폼이 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DMP에 이어 디지털마케팅 업계에서 최근 각광받는 플랫폼은 CDP(Consumer Data Platform, 고객 데이터 플랫폼)입니다. DMP와 달리 고객의 동의를 구한 퍼스트파티 데이터를 중심으로 설계되며 익명이 아닌 고객 개개인에 맞춘 정확한 데이터 분석과 관리가 가능합니다. 마케팅 자동화 툴과 연계해 데이터 분석 결과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웹 분석 영역도 마찬가지입니다. 구글은 2016년 무료로 제공하던 구글 애널리틱스(Google Analytics)의 유료버전인 구글 애널리틱스 360 스위트(Google Analytics 360 Suite)를 출시했습니다. 월 기준 천만 히트까지 처리 가능한 구글 애널리틱스의 데이터분석 인프라를 최대 200억 히트(데이터 이용량에 따라 5단계로 구분)까지 확대하고 데이터 통합 대상도 추가했습니다. 구글 애널리틱스 360은 기기(Device)를 중심으로 분석하던 구글 애널리틱스를 탈피해 고객 중심(Customer Centric)의 분석 인프라를 강조했습니다. 특히 애널리틱스 360(Analytics 360)과 함께 공개된 일종의 DMP인 오디언스센터 360(Audience Center 360), 온·오프라인 통합 성과분석 도구인 어트리뷰션 360(Attribution 360)등의 면면을 살펴보면 구글의 이같은 방향성을 더욱 뚜렷하게 알 수 있습니다.
DMP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된 지 채 10년이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광고·마케팅 업계에서 CDP나 구글 애널리틱스 360 등이 새로운 데이터 관리·분석 방법으로 주목 받는 이유는 고객 관점의 통합 데이터에 대한 마케터들의 니즈가 그만큼 강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직 국내에서는 Single Customer View 기반의 데이터 분석 인프라를 구축해 비즈니스적으로 뚜렷한 성과를 거둔 사례가 많지 않습니다. 그 이유로 강력한 개인정보보호법과 기존 시스템(Legacy System)들이 중첩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 점을 들 수 있습니다. 그만큼 과정이 지난하고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은 영역입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흥미로운 결과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모 글로벌 코스메틱 기업은 데이터 통합으로 정량적인 비즈니스 성과를 거둔 바 있습니다. 공식 온라인 판매 채널이자 뷰티정보 사이트 및 체험형 뷰티 채널을 통해 입수된 고객들의 디지털 행동 데이터와 멤버십, 오프라인 제품 구매 기록, 심지어 고객들의 샘플 요청 기록까지 통합했습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온·오프라인 브랜드 접점에서 본인의 모든 구매·행동 데이터가 관리되는 셈입니다. 이 기업은 Single Customer View 기반의 통합 데이터를 활용하여 디지털 광고와 로열티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그 결과 매출은 11%, 순이익은 38% 성장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특히 로열티 프로그램에 가입된 고객들의 오프라인 매출이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마케팅의 목표는 이제 더 이상 제품 출시를 알리고 특장점을 강조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고객이 브랜드와 제품에 기대하는 욕구를 통합적인 경험을 통해 충족시켜야 합니다. 고객 경험을 개선하는데 있어 가장 큰 장애 요소로 Single Customer View 차원의 데이터 통합 부재를 들 수 있습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전사적인 데이터 분석·활용 전략과 밀도 높은 데이터 수집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단절되어 있는 조직별 KPI도 손볼 필요가 있습니다.
디지털마케팅이라는 커다란 전략 과제를 구현해내는 원천은 바로 데이터입니다. 고객 경험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데이터 기반 마케팅(Data Driven Marketing)은 Single Customer View가 가능한 체제를 갖추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 해당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로 기고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 해당 콘텐츠는 사전 동의 없이 2차 가공 및 영리적인 이용을 금하고 있습니다.
에스코어㈜ 컨설팅사업부 마케팅전략팀
에스코어 마케팅전략팀장으로서, 글로벌 컨설팅 업계 내 디지털 마케팅 분석 및 마케팅 운영 최적화 등 마케팅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하이테크, 패션 등 다양한 업종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디지털 환경에서 여러 유형의 마케팅 데이터를 활용하여 고객 경험을 기반으로 하는 마케팅 전략 수립부터 분석, 운영 및 실행에 이르는 Consultancy 기반 혁신적인 Practice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고 있습니다.